재원마련 위해 주택기금 外 주공 채권발행 검토

정부가 지방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해 비축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매입지역과 주택수가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분양물량이 많으면서 임대주택 수요도 상대적으로 큰 부산 대구 등 대도시가 매입 1순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미분양주택 매입 재원으로는 현재 4조원 이상의 여유 자금이 있는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하는 것과 함께 주택공사가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대구 미분양주택 가장 많아

건설교통부는 19일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지역으로 이미 임대주택 공급계획이 잡혀 있던 곳 가운데 △임대주택 택지 확보와 건설에 필요한 비용과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고 △지방주택시장 정상화 효과가 큰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키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미분양주택을 저렴하게 빨리 확보할 수 있으면서 지방 주택시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큰 곳이 우선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주택 매입 1순위 지역으로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꼽고 있다.

지방 미분양주택은 지난 6월 말 현재 8만4364가구로 전체의 93.8%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구가 1만2489가구로 가장 많고 경남 1만2072가구,충남 1만1245가구,부산 9212가구,광주 8272가구 등의 순이다.

또 매입할 미분양주택으로는 이미 아파트가 준공됐지만,아직도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이 우선 매입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들 주택은 즉시 임대아파트로 활용 가능하고 매입 비용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전체 1만3564가구 가운데 88%인 1만1941가구가 지방권에 몰려있다.


◆국민주택기금 여유 많아

지방 미분양 주택의 매입 재원은 4조5000억원 안팎의 여유자금이 남아있는 국민주택기금과 함께 주공의 채권발행,민간자금 활용 방안 등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비축용 임대나 공공임대로 활용하면 국민주택기금을 투입해 국민임대주택 등을 직접 짓는 것보다 주택업체 경영난 해소는 물론 임대주택 건설비용.시간을 동시에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교부가 기획예산처 등 관련부처 협의만 거치면 기금 항목별 예산의 20%까지는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도 쓸 수 있어 올해 미분양주택 매입한도는 1조원 안팎에서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미분양주택 매입 자금 한도가 정해지더라도 매입가격과 대상지역 등을 정하는 별도의 기준과 절차가 필요한 만큼 실제 자금 집행은 상당히 탄력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 임대주택 공급 과잉 우려도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조치는 위기에 몰린 지방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고 중견 건설사 연쇄 부도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지방의 임대주택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경우 지방 주택시장을 교란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임대주택은 정부가 2003년 국토연구원의 분석을 토대로 지방권 비중 목표치를 당초 52%로 잡았지만,수요 부족으로 실제로는 지방권 49%,수도권 51%의 비율로 공급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앞으로 지방 미분양주택을 시세보다 싼값에 사더라도 이미 2~3년 전에 고분양가 논란 등이 빚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임대주택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저소득층에 맞게 책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자칫 민간업체의 부담을 정부나 주공이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