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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료 및 화공약품 제조와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일삼(대표 정우철 www.ilsam.com)은 올해로 회사 설립 29년째를 맞는 중견기업이다.

1978년 법인의 외형을 갖추기 전 정우철 대표가 개인 사업을 시작한 때(1972년)부터 따지면 35년의 짧지 않은 연륜을 자랑한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회사는 아니지만 내실은 탄탄하다.

폴리염화비닐(PVC)용 착색제 및 프린팅 잉크,가교제,폴리프로필렌(PP)ㆍ폴리에틸렌(PE)ㆍ폴리스티렌(PS) 등 합성수지 제조용 가공안료,금속 및 플라스틱용 특수잉크 등 1500여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 한 해 4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종업계에서 절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라 할 수 있다.

2003년 중소기업청에서 우수중소기업표창(대통령상)을 받았고,지난 8월에는 기업은행의 '제4회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 헌정자로 정 대표가 선정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별다른 홍보나 영업을 하지 않은 대신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향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으로 신뢰를 얻고자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

품질,서비스,신뢰를 뜻하는 회사 이름 '일삼(一三)'도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파주에 있는 제2공장 실험실과 기술연구소는 회사의 연구개발(R&D) 동력이다.

1997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폴리우레탄 수지 및 합성피혁용 착색제는 높은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며 이 회사의 인지도를 높인 '효자기술'이 됐다.

정 대표는 ㈜일삼의 품질과 기술력이 남다른 이유로 '정성'을 꼽았다.

"똑같은 쌀과 물로 밥을 지어도 맛이 다 다르듯이 품질은 만드는 이의 마음자세에 달려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가 운영 중인 네 개의 공장 어디에서도 '불량률 0%'나 '원가절감 5%' 등 목표치를 규정한 표어를 찾을 수가 없다.

대신 '언제나 착한 마음으로 웃으며 즐기자'는 덕담 같은 표어만 눈에 띈다.

정 대표의 사무실에도 같은 글귀가 붙어있다.

그는 "제대로 된 사람이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직원들에게도 실력보다 참된 인성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 특유의 '인간경영'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어학ㆍ컴퓨터 교육ㆍ해외연수 등 직원들의 업무능력 함양과 자기계발을 위해서라면 100%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여느 강소기업과 같다.

다른 점은 성실과 근면,예절 등 인성과 의식수준을 높이는 것이 직원교육의 '8할'을 차지한다는 것.정 대표는 특히 예의와 규칙 준수에 엄격하다.

출근이 늦은 직원을 바로 집으로 돌려보내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정 대표는 ㈜일삼의 250명 직원들에게 '시어머니'보다 '아버지' 같은 존재다.

때로 '외골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깐깐한 면모를 보이다가도 직원들이 사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면 듬직한 해결사를 자처한다.

병원비나 전세금 보조 등 재정적인 배려도 아낌없다.

때문에 이 회사의 이직률은 0%에 가깝다.

사내분규도 없다.

정 대표는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직원들이 경영자를 믿고 따를 수 있게 올바르고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생각하는 사업의 목적은 '사회에 기여하고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오래 전 사업체를 꾸리면서 점포 하나 갖고자 했던 개인적 꿈은 벌써 이뤘다"는 그는 "지금은 내 자신이나 기업보다 국가를 위해서 사업을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지역사회에 공헌할 목적으로 1988년 고향인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자회사 ㈜대촌을 설립하기도 했다.

플라스틱용 착색재와 PVC 바닥장식재,인조대리석용 칩을 제조하는 이 회사의 수익은 대부분 장학사업과 수재민 돕기 등 지역발전을 위해 쓰이고 있다.

회사의 향후 비전에 대해 묻자 정 대표는 대뜸 "사업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고 해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며 "오늘 하는 일이 내일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삼의 오늘에 미래비전이 담겨있는 셈이다.

㈜일삼은 현재 업계 '선두주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내수보다 해외수출의 비중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1994년 미국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에 설립한 현지법인을 거점 삼아 해외시장 공략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