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정무위원장 "신뢰도 추락할텐데…" 오히려 걱정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국회에 나와 "검찰 조사를 통해서라도 건설업체들의 입찰 담합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검찰로부터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정부 부처 간 있을 수 있는 작은 충돌"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건설업체 입찰 담합 의혹 사건과 관련,지난주 검찰이 공정위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민들 보기에는 이상하게 여겨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거래 자진신고자 제도와 관련해 공정위는 신고자 보호를 위해 신원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자체 수사를 위해 (관련 자료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서는 법과 제도가 명확하게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권 위원장은 법무부와 동의명령제 도입 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주장과 관련,"모든 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적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이 문제"라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려면 이 같은 형사처벌 규정을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근 법무부는 동의명령제 도입의 전제 조건으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그동안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날 권 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타협의 여지가 생기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공정위의 위상 추락에 대해 너무 모른 척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다.

타 부처와의 잦은 권한 다툼에 이은 검찰 압수수색 등으로 공정위 체면이 땅에 떨어진 것에 대해 박병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오히려 "이런 사태가 계속 발생하면 공정위의 신뢰도가 추락할 것"이라며 걱정하고 나설 정도였다.

권 위원장은 이어 공정위가 시내전화 요금 담합 혐의로 KT에 부과한 1152억원의 과징금에 대해 최근 법원이 과중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행정지도가 개입된 담합임을 감안하지 않아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라며 과징금을 재산정할 뜻을 밝혔다.

한편 공정위 등이 의욕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주유소 복수폴(복수상표표시) 제도가 현장에서 도입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에 권 위원장은 "주유소에 대한 정유사의 지위 남용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해보겠다"고 답했다.

연초 휘발유 등에 대한 가격 담합조사와 최근 제주도 지역 독점적 지위 남용 행위 조사에 이어 또다시 정유업계를 조사 대상으로 언급해 논란이 예상된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