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디젤 승용차와 국산 디젤 승용차의 판매실적 간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수입 디젤 승용차는 동급의 가솔린모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반면 국산 디젤 승용차의 판매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판매된 수입 디젤 승용차는 3546대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 3120대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1865대)에 비해서는 90.1%나 늘어난 판매량일 뿐더러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 증가율(29.5%)을 훨씬 웃도는 증가세다.

특히 푸조 307SW와 폭스바겐 파사트 2.0,크라이슬러 300C 등은 동급의 가솔린 모델보다 디젤 모델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

반면 국산 디젤 승용차는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첫 국산 디젤 승용차인 기아자동차 프라이드의 디젤모델은 출시 첫 해인 2005년 프라이드 전체 판매량의 49.8%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듯했으나 지난해에는 판매 비중이 41.0%,올해 들어서는 8월 말 현재 25.7%로 떨어졌다.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디젤모델도 출시 초기인 2006년 초에는 판매 비중이 10%를 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1~2%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젤 승용차의 경제성 하락이 판매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디젤 승용차는 성능면에서만큼은 동급의 가솔린 모델을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동급에서 최고 출력은 디젤차와 가솔린차가 비슷한 반면 최대 토크는 디젤차가 60% 이상 높아 디젤차의 가속력이 뛰어나다.

연료 소비도 디젤차가 20% 이상 적다.

문제는 디젤차가 동급의 가솔린차에 비해 가격이 250만~300만원 비싸다는 점이다.

게다가 2005년만 해도 휘발유값의 70%에 불과하던 경유값이 지금은 85% 수준까지 올라 3년 이상 지나야 비싼 차값을 만회할 수 있다.

특히 국산 디젤 승용차는 대부분 준중형이나 소형차가 많아 상대적으로 고객들이 기름값 인상에 민감한 계층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고객이 대체로 가격과 유지비 등 비용에는 덜 민감한 반면 차량의 성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국산과 달리 수입 디젤 승용차가 인기를 얻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국산 디젤차에 대해서는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는 편견도 여전하다.

박노진 대우자동차판매 상무는 "간혹 고객에게 디젤 승용차를 권하면 '디젤엔진은 트럭에 쓰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입견이 뿌리 깊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젤 승용차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소비자들과 달리 국내 운전자들은 가솔린차에 익숙해져 있어 약간의 소음과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홍보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판매량이 미미하니까 디젤 승용차에 대한 마케팅을 소홀히 하고,이것이 다시 디젤 승용차 판매를 부진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