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쓰는 게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성하자 성취감이 느껴졌다.

내가 공포의 양쪽 기둥('절대 시작하지 못할 거야'와 '완성하지 못할 거야') 사이에서 그네를 탄다는 걸 알게 돼 감사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회장의 회고록 중 슬론스쿨(MIT경영대학원) 이수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슬론스쿨 연수 대상자로 선발됐을 때 처음 AT&T 부사장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이 과정을 마치면서 나도 CEO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고백했다.

누구든 뭔가 완수하고 나면 자신감이 붙고 자신감이 붙으면 재미가 생기고 재미있으면 실력이 늘고 실력이 늘면 목표가 뚜렷해진다.

직장인들에게 '내 직장생활에서 후회되는 일'을 물었더니 '자기계발 좀 할 걸'이라는 답이 가장 많고 '인맥 좀 잘 쌓아둘 걸'이 다음이었다고 한다.

사회생활 초년생들이 자주 하는 말에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더라면 ○○됐을 텐데"가 있다.

어느 직장이든 '적당히'는 있을 수 없고 어디나 '올인'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명절이면 너나 할 것 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야단이다.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 '공부 잘하니''취직했니''결혼은 언제 하니' 등 꼬치꼬치 캐묻는 것 때문에 힘들고,어른은 어른대로 자식 자랑에 은근슬쩍 돈이나 회사 자랑까지 해대는 동서나 사촌 때문에 열받는다는 것이다.

이번 추석도 예외일 리 없다.

문제는 후회하고 열받아도 그 순간만 지나가면 쉽게 잊는 것이다.

'공부해야지''인맥을 쌓아야지' 작정만 하고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거나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들면 발전은 없고 발전이 없으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도 없다.

공부도 인맥쌓기도 저절로 되지 않는다.

시간을 정해 공부하고,가기 껄끄러운 곳도 가야 한다.

참는 게 있어야 성과가 있다.

저지르는 자의 몫은 있어도 망설이는 자의 몫은 없다고도 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혼자 지내면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자극은 없다.

추석 스트레스를 겁낼 게 아니라 내일을 위한 자기계발 계기로 삼아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