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胤亨 < 한국외대 명예교수·경제학 >

최근 발표된 미국의 사모(私募)펀드 론스타와 홍콩상하이은행(HSBC) 간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체결을 놓고 폭리를 취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이 자나치게 언론에 노출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상당한 위험부담이 수반되는 모험투자에 대한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 사모펀드와 부동산 디벨로퍼의 투자 성향임을 국민들이 이해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투자자인 론스타는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기고 떠날 수 있는 반면, 원천 투자자인 게일사(미국계 부동산개발 전문회사로 송도신도시 개발 주관사)는 인천광역시의 허가 없이는 토지매각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사회에 팽배한 반(反)외자 정서가 더 심화되면 가뜩이나 줄고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해부터 FDI를 웃돌기 시작한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진한 국내 투자를 보완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고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 외부성장 요인의 유입, 즉 FDI 유치다. 글로벌 경제시대에 전 세계가 FDI 유치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는 지금 정보ㆍ자본ㆍ기술ㆍ인재 등 핵심 경영자원이 혈액처럼 순환하고 있으며 그 핵심요소의 순환을 지배하는 법칙이 글로벌경제의 논리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경제의 논리에 따라 자국의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시스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경제시스템을 글로벌 표준화하기 위해선 집중 공략하는 거점(據點)이 필요하다. '동북아 물류ㆍ비즈니스 중심지 건설'이 그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물류중심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설정해 그곳에서 글로벌 표준화를 실현하고, 그것을 타 지역으로 확산해 전국에서 글로벌 표준화를 이룩하자는 불균형 성장전략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2003년 8월에 인천, 부산ㆍ진해, 광양만권 등 3개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경제자유구역이 국제자유도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국기업에는 자유를, 외국인에게는 편리한 비즈니스 여건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경제자유구역청 출범 후 지금까지의 주요 추진실적을 보면, 경제자유구역이 이대로 가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외국의 경제자유구역과 경쟁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기 위해선 우선 경제자유구역청장이 고도의 자율권을 행사하도록 대통령 직속 하에 경제자유구역사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FDI 유치의 대전제인 임금 절제와 산업평화를 위해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선 관련법을 엄중히 집행하는 법질서 확립이 요구된다.

FDI 유치의 또 다른 전제조건으로 부지·기초인프라와 투자유치가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인프라를 사전에 조성해야 하며, 모든 법·제도와 규제들을 글로벌 표준에 맞도록 뜯어 고쳐야 한다. 이런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에 입주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경제자유구역청이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관장하는 모든 법규를 완전 의제 처리해 경제자유구역법에 수렴할 것을 건의한다. 그리고 경쟁국보다 더 매력적인 외국인투자 유치 인센티브 제도를 확립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환경을 조성하는 게 선결요건이며, 국내 기업의 경제자유구역 입주에 외투(外投)기업과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세계적 수준의 생활여건과 주거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상의 법·제도적 개혁들을 현 경제자유구역법에 포함시켜 특별법으로 개정할 것을 건의한다. 한마디로 경제자유구역을 꽃동산으로 가꿔 꿀벌(다국적기업)들이 꿀(이윤)을 따러 모여드는 형국을 조성하는 대역사인 것이다. 이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대통령이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은 절체절명의 민족적 과업"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외국인과 외국기업에 대한 포용적 문화를 배양할 수 있도록 범국민홍보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선진화포럼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