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 양상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2002년 민주당 경선의 복사판이라 할 수 있다.

손학규 후보와 2002년의 이인제 후보는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경선 전에 이미 대세론을 형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세론을 앞세워 경선에 들어갔다가 제주·울산과 강원·충북 등 4연전에서 기세가 꺾인 손 후보의 궤적은 역시 대세론을 등에 업고 자신만만했다가 제주와 울산 경선에서 선두를 뺏기면서 흔들렸던 이 후보의 경우와 유사하다.

광주 경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역전된 것도 공교롭다.

경선 초반만 해도 국민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두배 가까이 앞서갔던 손 후보는 4연전의 부진으로 인해 지지율 1위 자리를 정동영 후보에게 내줬다.

지지율에서 단연 1위를 달렸던 이 후보도 광주 경선 직전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1%포인트 차이로 역전을 당한 경험이 있다.

특히 손 후보가 19일 예정됐던 SBS토론회에 전격 불참하고 칩거에 들어간 점도 5년 전 이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

이 후보는 광주경선에서 패한 뒤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흘간 자택에 머물며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손 후보도 지방잠행에 앞서 하루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자택에서 칩거했다.

손 후보가 조직·동원선거를 쟁점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던 이 후보와는 차이가 있지만 불공정 경선 시비를 제기했다는 차원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손 후보의 향후 거취는 미지수다.

손 후보 측이 "후보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손 후보의 경선복귀를 점치는 시각이 더 많지만 경선을 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5년 전 이 후보는 칩거 후 다시 경선레이스에 뛰어 들었다가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이어지자 4월17일 후보를 전격 사퇴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