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에서 3년째 고배를 마셨다.

전문가나 증권 업계의 예상을 깬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크 메이크피스 FTSE그룹 회장은 20일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대만 주식시장은 현행대로 준선진국시장 지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선결 요건 중 분리 결제,장외거래 제한은 하반기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외환거래 제한은 그대로여서 선진시장 편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는 명목적인 이유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일본을 비롯해 스페인 포르투갈 등도 여전히 두 가지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보다는 FTSE그룹의 주요 고객인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GEM) 기관투자가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기봉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이머징마켓펀드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옮겨가야 하는데 대체할 만한 시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준선진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전체 시가총액 중 가장 많은 17.11%(8월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A증시가 신흥시장에 들어와야 한국이 선진국지수로 올라갈 여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중국 A증시는 이번에 FTSE 지수 편입이 좌절됐다.

지난 8월 FTSE 전문가위원회 핵심 인사와 접촉을 가진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도 "제도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으며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빠져 나가면 포트폴리오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대체 시장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지수 편입 무산의 구실로 거론한 선결 요건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정부도 FTSE 측이 거론한 '외환거래 제한' 요건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현재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면 하루가 지나야 환전이 가능하지만 조만간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송인창 재정경제부 외환제도 혁신팀장은 "10월에 발표할 외환자유화 추진 방안에 이미 이 같은 제한을 푸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이를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의 이유로 거론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이크피스 회장이 이번에 이례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편입 무산을 발표한 것도 불가피하게 지수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성의 표시'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한국의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은 내년 9월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선진국지수 편입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메이크피스 회장도 "내년 중반까지 (외환거래 부분이) 해결되면 FTSE 전문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한국이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