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와인가격 급브레이크

경주마도 일년새 20% 급락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으로 경주마(馬) 고급와인 미술품 등 초고가 상품이 거래되는 경매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호황으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격이 최근 들어 주춤하거나 일부 품목의 경우엔 하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뜨겁게 달궈졌던 경매시장이 이미 정점을 지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이달 초 열린 경주마 경매(사진)에서 처음 이틀간 팔려나간 말의 가격은 모두 1억4540만달러로 작년에 비해 21% 감소했다.

평균 판매 가격 역시 작년과 비교해 20% 이상 떨어졌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된 경주마의 가격은 370만달러.이 역시 작년 최고가 경주마(117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경매주관업체인 킨랜드 어소시에이션의 닉 니콜슨 사장은 "올해 경매 가격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평균적인 거래 가격은 4년 전인 2003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주마 시장의 큰손인 중동 지역 바이어들마저 경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경매에 참여했던 중동 바이어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는 "작년엔 6000만달러를 지불했지만 올해는 2000만달러를 쓰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세계적 경매회사인 소더비가 최근 주관한 와인 경매도 큰 성황을 이루진 못했다.

1982년산 '샤토 라투르(Chateau La tour)'와 '샤토 라피드(Chateau Lafite)' 등 최고급 와인은 한 상자당 2만6000달러에 팔려,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가팔랐던 상승세는 한풀 꺾인 분위기다.

1982년산 '샤토 라투르'의 낙찰가는 지난 2월 한 병당 1242달러에서 5월엔 1500달러로 급등했지만 이후 큰 변화 없이 횡보하고 있다.

소더비에서 와인파트를 맡고 있는 제이미 리치는 "경제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아 와인시장이 안정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더비가 지난 12일 개최했던 '현대미술전'은 성황을 이뤘다.

경매에 나온 작품들은 모두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 나갔다.

그러나 '현대미술 작품'은 미술경매 시장의 바로미터가 아니라는 게 미술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작품인 데다 경매 가격도 수만달러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술시장의 주류 분위기를 전하는 대가들의 유명작품 경매 실적은 신통치 않다.

소더비가 올 들어 내놓은 469개 작품 중 팔려나간 것은 88점에 불과했다.

그나마 새 주인을 찾은 작품도 예년 시세의 90% 수준에 그쳤다.

뉴욕 지역 미술품 딜러인 리처드 페이겐은 "미술품 시장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