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로는 최대 규모인 가락시영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서울시의 이번 결정이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가락시영 아파트의 이번 건축심의 통과가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행 재건축 제도의 전면적인 수정과는 관계가 없는 만큼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의 사업속도가 빨라지거나 이로 인해 집값이 뛰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가락시영만 해도 작년 5월 재정비구역으로 지정받은 지 1년이 넘어 이번에 건축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가락시영의 경우 6600가구인 현 단지규모를 8106가구로 늘려 짓는 '매머드급' 사업이어서 서울시 입장에서는 건축승인을 내주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이 불안양상을 보였다면,건축승인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단지디자인 강화방침도 재건축 사업에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가락시영의 경우 올해 5월에 처음 건축심의 신청을 해 다섯 차례나 반려된 끝에 가까스로 통과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재건축 단지에는 앞으로도 엄격한 건축승인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재건축 추진단지의 경우 '재건축 사업진행을 늦출 때까지 늦춰 보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 7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강동구 둔촌주공 3단지나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 주민들 같은 경우 '지금 제도 하에서는 재건축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가락시영 아파트의 시세는 현재 1차 42.9㎡(13평형)짜리가 5억7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있는 데다 건축심의 승인까지 지연되면서 최근 2∼3주 사이에 3000만원 정도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건축승인이 일시적인 호재가 될 수는 있겠지만,부동산 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줄 정도로 가격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조합원들 가운데는 1 대 1 재건축으로 진행돼 일반분양 물량이 없는 데다가 분양가 상한제까지 더해져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따라 "대선이 끝나고 재건축 규제가 완화된 이후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게 더 낫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가락시영 아파트 주변에서 영업 중인 K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추가 비용이 가구당 2억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돼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수요마저 위축돼 있는 상황 속에서 집값이 크게 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