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병원의 외래 진료 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고 관련 의약품 시장도 최대 규모인 질환으로 올라섰다.

올해는 국내 고혈압약 시장이 처음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고혈압의 발병률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성인병보다 질환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공포심이 큰 것도 한 요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IMS헬스코리아가 추산한 지난해 국내 고혈압약 시장은 96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뇨병 약 2960억원,고지혈증 치료제 2704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제약업계는 1조원 돌파를 앞둔 올해 고혈압약 시장의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고혈압 왜 증가하나=의약 분업이 시작된 2000년 2900억원 수준이던 고혈압약 시장은 7년 만인 올해 약 3.5배 성장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와 비만이다.

나이가 들면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저절로 올라가는 본태성 고혈압이 늘어난다.

여기에 산업화 이후 고염분 고지방 고열량 식사와 운동 부족이 심해져 고혈압 환자가 양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은 하루 적정량(6g) 이상의 소금을 섭취하고 있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됨에 따라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끼고 혈관이 좁아져 혈압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어떤 약을 먹고 있나=고혈압은 당뇨병 간질환과 마찬가지로 근치가 안 되고 평생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제도 당연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고혈압 약은 한국화이자의 '노바스크정'(암로디핀)이다.

1996년 이래 11년간 국내 시장에서 1위를 지켜 왔다.

하루 한 번 복용하며 한 알에 524원에 불과한 약이 지난해 896억원,국산 복제 의약품이 나오기 직전인 2002년에는 최고 1188억원어치나 팔렸다.

이는 그만큼 고혈압 약이 비타민처럼 자주 먹는 필수 의약품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혈압 약은 두통,기립성 현기증,고혈당,마른 기침,전해질 이상 등의 부작용이 덜하고 혈압을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 부작용을 상당 부분 해결한 게 노바스크 등이 속한 칼슘 길항제(CCB) 계열 약물로 지난해 3724억원어치가 팔렸다.

그러나 올해 1분기부터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약물이 999억원어치 팔리면서 CCB 계열(970억원)을 누르고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ARB가 CCB보다 안전하고 CCB의 효능 외에 심장 및 신장이 고혈압에 의해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ARB 계열의 대표적인 약물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아타칸'(칸데르사르탄),한국노바티스의 '디오반'(발사르탄),대웅제약 '올메텍'(올메사르탄)' 등이 있다.

더욱이 ARB 계열은 이뇨제인 하이드로클로로치아자이드와 같이 복용할 경우 혈압강하 효과가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ARB 계열 함유 복합제 처방량이 매년 20~3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타칸에 이뇨제를 첨가한 '아타칸 플러스'의 경우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을 각각 30,16mmHg씩 내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좋은 약끼리 섞는다=최근 제약사들은 CCB나 ARB에 이뇨제를 복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간판 제품끼리 섞어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와 한국화이자는 자사의 디오반과 노바스크 성분을 복합한 '엑스포지'를 다음 달 중 발매해 공동 마케팅할 예정이다.

ARB와 CCB의 맹주 격인 두 제품을 가격을 낮춰 환자에게 공급한다는 것이다.

앞서 한국화이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도록 노바스크와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를 복합한 '카듀엣'을 지난 3월 출시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