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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눈부시게 성장해온 국내 영화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앞으로 한국 영화산업의 성패는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영화제작사 LJ필름(www.ljfilm.com)의 이승재 대표가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해 던진 화두는'글로벌화'다.

좁은 우물을 벗어나 해외를 공략하자는 것."순수 국내 자본과 인력으로 짧은 기간에 월드 마켓의 높은 벽을 넘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예견하는 그는 "우선은 두 나라 이상이 합작하는 형태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LJ필름이 지난해 미국 뉴욕에 자회사 개념의'LJ Film America'를 설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미 프로듀서 및 감독들과 손발을 맞춰 영화 공동제작을 진행하기 위한 거점을 마련한 것.국내 영화사가 뉴욕에 지사를 설립한 것은 LJ필름이 최초다.

LJ필름의 첫 글로벌 야심작은 조선의 마지막 황태손 이구와 그의 미국인 부인 줄리아 멀록의 이야기를 그린 한ㆍ미 합작 영화 '줄리아 프로젝트(The Julia Project)'다.

2008년 개봉을 목표로 한창 제작 중인 이 작품은 미국 유니버셜 픽처스 산하의 포커스 피처스가 공동 투자와 제작,배급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포커스 피처스는 지난해 미국 배급사 중 매출 13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대표 제임스 샤머스는'와호장룡','브로크백 마운틴' 등을 연출한 이 안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영화작업을 해온 프로듀서 겸 시나리오 작가다.

참신한 아이디어의 젊은 감독들을 기용함으로써 예술성과 작품성이 뛰어난 인디펜던트 영화를 지속적으로 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LJ필름은 작곡가 윤이상의 생애를 다룬'윤이상,상처받은 용'과 김탁환의 소설'리심'을 영화화한 '리심 프로젝트' 등 4편의 한ㆍ미 합작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를 교차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크로스컬처 아이템을 계속 발굴하는 것이 합작 영화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LJ필름은 2000년 설립됐다.

1994년 영화사 신씨네의 홍보 업무를 시작으로 충무로에 발을 들인 이 대표가 '인샬라','파란대문','얼굴','인터뷰'로 독립 프로듀서 경력을 쌓은 뒤 세운 제작사다.

LJ필름의 창립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파란대문' 제작 당시 김 감독과 이 대표가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

이후 '나쁜 남자','해안선','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등을 포함해 총 네 편의 김 감독 영화가 LJ필름을 통해 탄생했다.

네 영화 모두 베니스 영화제,베를린 영화제 등 'A급'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고,김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2003년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청년비평가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 투자자본 대비 수익률 800%라는 경이로운 흥행 실적도 거뒀다.

영화감독도 브랜드 가치를 지닌 하나의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본 이 대표의 소신이 한국 영화의 롤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감독 브랜드화 전략'은 LJ필름의 전매특허가 됐다.

젊고 가능성 있는 감독들을 발굴해 완성도 높은 영화들을 제작하면서 특유의 색깔과 역량을 지닌 메이저 제작사로 거듭나게 된 것.이윤기 감독의 '여자,정혜',변혁 감독의'주홍 글씨',전계수 감독의 '삼거리 극장',송해성 감독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영화배우가 영화의 주체가 되는 산업구조는 쉽게 허물어진다"는 이 대표는 "역량 있는 감독의 브랜드를 살리고 '될 성부른'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영화를 포함한 지식산업은 프로듀서,배우,감독,스태프 등 사람에 대한 신뢰와 지속적인 투자가 관건"이라며 "특히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이 영화산업의 발전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기 프로젝트보다 5년 이상의 중장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LJ필름은 10년 뒤 중국 영화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 영화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할 것을 감안해 설정한 목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