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펀드 비중을 줄여라" "올해는 일본시장이 유망하다" "글로벌 리츠펀드가 매력적이다."

올초 한국을 찾은 세계 자산운용업계 거물들이 제시한 투자 전략이다. 이들은 방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결같이 자신들이 운용하는 펀드의 유망성을 부각시키면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이들의 얘기는 빗나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1월 방한한 프랭클린템플턴의 그렉 존슨 회장은 한국 투자자에게 인도와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한국이 해외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하다간 언젠가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중국과 인도의 성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존슨 회장은 대신 올해 가장 유망한 글로벌 시장으로 유럽을 꼽았다.

지난 4월 방한한 슈로더자산운용의 크리스 테일러 유럽펀드상품 글로벌총괄헤드도 "유럽증시 전체가 M&A(인수합병) 재료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주가 상승을 낙관했다.

그러나 존슨 회장의 예측과는 달리 중국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올 들어 46.73%나 된다.

이는 글로벌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도 펀드 역시 24.35%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존슨 회장과 테일러 글로벌총괄헤드가 가장 유망하다고 꼽은 유럽펀드는 올 들어 0.32%의 저조한 수익률에 그치고 있다.

역시 올해 1월 방한한 세계적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인 라살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스탠리 S 크라스카 공동대표도 '글로벌리츠가 매력적'이라는 주장을 폈었다.

그는 당시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과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금리와 리츠는 상관관계가 낮고 미국의 부동산 버블은 주택시장 쪽이며 상업용 부동산인 리츠시장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리츠 시장은 잇단 금리 인상으로 휘청거리더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글로벌리츠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3.33%,최근 3개월 수익률은 -8.92%였다.

전문가들은 올초 가장 유망한 투자처의 하나로 일본 시장을 꼽았지만 이 역시 잘못된 전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지난 2월 초 '플랭클린템플턴 재팬플러스주식펀드'를 내놓으면서 일본 증시 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템플턴 일본법인의 미야치 데츠로 펀드매니저는 "올해 일본 증시는 10%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지금이 일본 주식 투자의 적기"라고 강조했었다.

일본 펀드의 올초 이후 누적수익률은 -4.69%로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다.

자산운용협회 관계자는 "아무리 글로벌 자산운용사라 하더라도 단기적인 시장 전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