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나 LG 직원들도 들어가고 싶어하는 국책연구소가 있어 화제다.

산업자원부 산하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바로 그곳이다.

26일 전자부품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 전체 직원 499명 가운데 22%가 삼성과 LG 출신이다.

다른 대기업 출신까지 포함하면 40%나 된다.

올해 경력직 모집에서도 응시자 101명 중 71명이 민간기업을 거쳤고 이 가운데 절반이 삼성과 LG 출신이었다.

다른 연구기관의 기업 출신 응시자 비율이 5%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특이한 경우다.

이렇게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 출신들이 전자부품연구원에 몰리는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잘 갖춰진 성과보상제도다.

전자부품연구원은 기술을 상용화시켜 중소기업 등에 판매하면 기술이전료의 50%를 연구원들에게 지급한다.

작년에 연봉 이외의 인센티브를 3000만원 이상 받은 사람이 13명,1000만원 이상 받은 사람은 89명이나 됐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은 연구원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따지면 1인당 평균 인센티브 수령액이 1595만원이나 된다.

자율성이 크게 보장되는 것도 장점이다.

2005년 삼성전자에서 전자부품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S연구원은 "전 직장은 조직이 크다 보니 새로운 것을 제안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여기서는 제안을 하면 바로 의견 개진이 되고 프로젝트로 추진된다"며 "개인 능력에 따라 성과가 바로바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연봉이 1000만원 정도 줄었지만 인센티브를 그만큼 받으니까 큰 차이가 없다"며 "기업에서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바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가 긴박하지만 연구소에서는 원래 하고 싶었던 학술적이고 원천적인 연구를 할 수 있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부품연구원 인사담당 관계자는 "대기업 출신들이 현장감각이 뛰어나 기술을 사업화시키는 면에서 대학이나 다른 연구소 출신보다 우수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지난해 산자부가 전국 229개 연구기관 및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술사업화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업과의 공동연구개발과제도 2005년 335건에서 지난해 370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 이미 288건의 성과를 올렸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