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ㆍ발전플랜트 산업이 철 지난 굴뚝산업에서 '고수익 성장산업'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오일달러를 쏟아 경제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중동지역과 인도ㆍ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의 플랜트 수주액이 해마다 두세 배씩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덕분에 탄탄한 기술력과 노하우로 중무장한 국내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잇따른 해외플랜트 수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플랜트 설비를 제작ㆍ납품하는 업체들도 동반특수를 누리긴 마찬가지다.
㈜일성(회장 장세일 www.ilsung.com)은 지난해 7000만 불 수출 탑을 수상했고,매출액 약1000억 원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올해는 무려 200%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동반 호황을 누리고 있는 동종업계에서도 혀를 내두를 만큼 놀라운 성적표다.
신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으로 내공을 쌓아온 덕분에 승승장구하고 있는 ㈜일성.그 저력의 원천을 알아본다.
㈜일성의 성장 곡선에는 굴곡이 없다.
해가 바뀔수록 가파른 상승 곡선의 연속이다.
1984년 설립된 이 회사는 당시 작은 단칸 사무실에 직원 4명이 전부인 '조촐한' 중소기업이었다.
장세일 회장은 당시의 회사를 '망망대해에 떠 있었던 나무 잎사귀'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2007년 현재 이 회사는 15만㎡ 부지에 준공한 플랜트 설비 단위공장으로는 대기업에서도 갖추기 힘든 대단위 규모를 자랑한다.
1993년 100만달러였던 연간 수출액은 현재 1억달러를 훌쩍 넘었다.
전체 매출액의 '9할'을 차지하는 규모다.
㈜일성은 석유화학,화학공장,유전개발과 관련한 설비장치의 설계와 제작을 전문으로 한다.
열교환기와 압력용기,탑조류,응축기,반응기,열회수스팀발생기,연료가스스팀발전기,가열로,모듈 등이 주요 생산제품이다.
글로벌 플랜트 엔지니어링사인 벡텔(Bechtel),쉘(Shell),액손모빌(ExxonMobil),테크닙(Technip),JGC,치요다,플루오르(Fluor),스톤앤웹스터(Stone & Webster)사가 거래처이며 중동,동남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북미지역 등 세계 20여개 나라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일성의 임직원들은 회사의 성장비결로 하나같이 기술력을 꼽는다.
수입에 의존하는 플랜트 설비를 국산화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췄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 회사는 1989년 미국 기계기술자협회(ASME STAMP)로부터 압력용기ㆍ보일러ㆍ압력파이프 등의 제조자 자격을 획득했고,1994년 세계적 품질보증업체인 TUV로부터 ISO9001 품질인증서를 취득했다.
이후 중국 노동부 산업용기 안전품질인증서(SEL)(1997년)와 2004년 환경경영시스템 ISO14001,국제규격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OHSAS 18001(2006년) 인증 등을 연이어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가 국제 인증기술보다 더 자랑스럽게 여기는 실적은 따로 있다.
1992년과 1996년,2001년에 걸쳐 3회 연속 노동부 선정 '기능장려 우수사업체'로 지정됐다는 것.장세일 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철학에 따라 350명에 달하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능인 국가기술자격증 갖기 운동'을 펼친 덕분이다.
장 회장은 직접 전문기술서적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주면서 업무능력 개발을 독려해왔다.
10년이 넘게 실시되고 있는 자격증 갖기 운동은 ㈜일성의 직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뿌리 깊은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복지제도도 풍성하다.
기혼 근로자 사원 아파트 무상 배정,독신 근로자 전용 숙소 운영, 장기근속자 해외연수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일성은 업계에서 '노조가 없는 회사',노사분규가 단 한 번도 없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협력적 노사관계를 지향하는 기업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임직원들이 노사는 종속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라는 인식을 갖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며 이해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
매월 첫째 근무일에 전 직원의 참여로 열리는 월례조회는 각 부서의 애로점과 개선사항을 수렴해 해결하는 자리다.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일성은 1991년 '제1회 경상남도 산업평화대상'을 받았고,1997년에는 노동부 선정 노사협력우량기업체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20년 넘게 무분규ㆍ무노조를 이끌어온 ㈜일성은 바람직한 기업문화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울산에 소재한 이 회사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큰 몫을 해내고 있다.
환경오염방지 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한국사회복지회와 자매 결연을 맺고 경남 및 울산지역의 불우한 주민들을 장기 후원하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하거나 장애인들의 재활능력 제고 및 보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장 회장은 2003년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의 부대회장을 맡기도 했다.
㈜일성은 단기적 기업목표로 코스닥 상장과 외국인 투자유치를 설정했다.
현재 전문성 보강을 위해 기술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장치설비의 수주와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다각화도 준비 중이다.
최종 목표는 세계최대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현재 미국,중국에 현지지사를 두고 있는 ㈜일성은 차후 세계시장 공략을 위한 추가 거점을 2~3곳 정도 더 세울 계획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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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장세일 회장
진취적 경영스타일로 고성장 이끌어
매일 오전 묵상과 기도로 일과를 시작하는 ㈜일성의 장세일 회장은 하루를 25시간으로 쪼개 쓴다.
사무실에 앉아 편안히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을 만큼 해야 할 일도,돌아볼 곳도 많기 때문이다.
미국ㆍ유럽ㆍ중동ㆍ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해외 출장도 자주 나간다.
수출 제품에 대한 해외 현지의 평가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세계의 경영환경 변화와 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한·미 재계회의 등 각종 국제회의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잠 잘 시간을 줄여서라도 현장에서 직원들의 어깨를 다독일 시간은 꼭 필요하다"는 장 회장의 말에서 '엔지니어 출신 CEO'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그는 1965년 대한석유공사에 입사하면서 석유화학업계에 발을 들였다.
10여 년의 현장 경험은 ㈜일성의 전신인 일성공영을 창업하는 밑거름이 됐다.
석유화학 플랜트의 국산화로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겠다는 포부가 회사 설립의 목적이 됐다.
장 회장은 확신을 갖고 진취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영스타일과 추진력으로 굴곡 없는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일벌레'란 별명을 얻으면서도 지식에 대한 끊임 없는 욕심으로 전경련 국제경영원 제29기 최고 경영자 과정,제2기 정보전략 최고경영자과정 등을 차곡차곡 수료했다.
2001년에는 미국 링컨대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1995년에는 청와대 선정 '자랑스런 신한국인상' 신기술개발부문 대통령상을,2001년에는 전국경제인협회에서 주는 글로벌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
장 회장의 경영방침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인재경영,둘째는 현장경영,셋째가 신뢰경영이다.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조직문화는 효율적 인재관리에서 옵니다.
매일 아침 현장을 둘러보며 제작 공정을 파악하고 현장 인력과 직원들을 독려하는 것은 모든 문제의 답이 현장 속에 있기 때문이죠." 그는 "우리 회사의 고객들은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인 만큼 끊임 없는 공정개선과 품질개선,신기술개발 등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최상의 제품을 제작 공급하는 것이 고객과의 신뢰를 유지하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확고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장세일 회장은"㈜일성을 품질과 기술력에서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곧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