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법적 소유주 '론스타 벨기에 법인'가보니…"부당한 세금은 절대 낼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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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벨기에 법인 '론스타캐피털매니지먼트'.외환은행의 법적 최대주주인 LSF-KEB홀딩스를 관리하는 회사다.
한국 과세 당국은 론스타캐피털매니지먼트를 정상적인 사업활동이 없는 '도관회사(Conduit Company)'로 판단,5조원대로 예상되는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한 강력한 과세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 취재 중에 잠시 짬을 내 이 회사를 방문,필립 드투루네 법인장(41)을 만나 외환은행 재매각 등 현안을 물었다.
벨기에 브뤼셀의 EU본부 빌딩에서 택시를 타고 10여분.시 외곽의 벨기에자유대학 인근에 있는 'B-1015' 빌딩에 도착했다.
론스타캐피털매니지먼트가 있는 곳이다.
2층에 입주해 있는 사무실은 외환은행의 법적 소유주인 LSF-KEB홀딩스를 비롯해 한국 일본 유럽 등에서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17개 투자회사를 관리하는 회사라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다.
법인장을 포함해 19명이 근무하는 사무실 내부에는 책상 PC 외에 별다른 집기가 없어 썰렁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회사는 한국에서는 LSF-KEB홀딩스 이외에 극동건설 지분에 투자했던 KC홀딩스와 스타타워빌딩을 매각한 스타홀딩스를 관리하고 있으며,일본에서도 100여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퍼시픽골프와 도쿄스타뱅크를 소유한 투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드투루네 법인장은 '페이퍼 컴퍼니'라는 말에 "보다시피 우리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다"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이 사무실에서 열리는 이사회가 투자 정책을 결정하면 우리 직원들이 그 결정을 집행한다"며 "한국 국세청이 이렇게 확실하게 존재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 나와 우리 직원들을 슬프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을 통해 이 같은 오해를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세청이 자신들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얘기도 했다.
드투루네 법인장은 "2005년 스타타워 매각에 대한 세금 문제가 불거진 뒤 한국 국세청에 공문을 보내 벨기에 사무실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국세청으로부터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2005년 말은 국세청이 스타타워 매각 차익 등에 대해 1400억원의 세금을 추징,논란이 됐던 시기였다.
벨기에 법인이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라는 근거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필립 법인장은 그러나 극동건설과 스타리스,그리고 외환은행 매각차익에 대한 세금을 한국에 납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늘어놓은 채 굳게 입을 닫았다.
그는 "한국이든 벨기에든 적법한 절차에 따른 세금은 낼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페이퍼 컴퍼니라는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부당하게 부과되는 세금을 결코 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는 벨기에 법규에 따라 회계감사 납세신고 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당국이 추징하는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의사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론스타 등 외국계 자본에 대한 '먹튀' 논란과 반외자정서에 대해서는 "여론에 대해서는 많은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드투루네 법인장은 △미국 론스타 본사와의 관계 △한국 내 투자수익 규모 △한국 재투자 여부 △재판 결과에 따른 외환은행 매각 전망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언급을 회피했다.
브뤼셀(벨기에)=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