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금융안정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IMF는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노력으로 일단 진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쳐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작년과 올해 수준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록 세계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지지 않는다고 해도 금융위기의 피해를 한동안 실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는 이와 관련,"이번 신용위기는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영향은 대부분 2008년에,특히 미국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경제성장률의 경우 금융시장 위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경기하강 위험이 높아져 올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수정된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오는 10월17일 발표할 예정이다.

IMF의 금융안정화 보고서는 서브프라임 파문이 국제 금융시장에 끼칠 손실액이 최대 2000억달러(약 18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그동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산했던 피해액 1000억달러의 배 가까이에 달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지난 4월에 비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크레디트 리스크와 시장 및 유동성 리스크는 물론 거시경제 리스크도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꼽았다.

또 통화금융 조건이 좋지 않아진 데다 시장참가자들이 리스크를 떠안으려는 자세가 급속히 위축돼 신용경색 현상이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피해 예상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경우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대한 투자가 적어 이번 파문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동안 아시아시장의 자금 공급 역할을 해 왔던 선진국의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음에 따라 아시아국가들도 자금조달 리스크가 증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이들 펀드의 어려움이 가중돼 자금을 아시아시장에서 인출할 경우 아시아 국가들도 상당히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IMF의 분석이다.

IMF는 한국의 경우 생명보험사와 은행 연기금 등이 그동안 외국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며 이들이 당장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대한 위험에서 비껴나 있다고는 해도 외국 금융시장의 출렁거림에 따른 위험도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달러화 및 엔화표시 자금조달 규모가 늘어난 점도 변동성을 크게 하고 있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