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 발코니 등의 '입면 디자인'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서울시가 재건축 인가 여부의 중요한 단계인 건축심의 때 이 디자인의 개선 여부를 중요한 요인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입면 디자인이란 아파트 정면에서 바라볼 때 발코니 등 외벽의 디자인을 말한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송파구 송파동 반도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최근 제24차 건축위원회에 상장됐으나,입면 디자인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서울시의 '공동주택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통과하지 못해 또다시 보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공동주택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맞춰 입면 디자인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지만 조합 측의 수정안이 여전히 미흡했다"며 보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건축위원회는 송파동 167 반도아파트 700가구를 14~28층 794가구로 재건축하는 이 사업에 대해 지난달 31일 건축심의에서도 입면 디자인을 개선하라며 건축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대해 반도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전체 가구수가 불과 794가구밖에 안되는 데도 서울시가 무리하게 디자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의 입면 디자인 개선 요구가 워낙 강경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들마다 비상이 걸렸다.

까다로워진 심의요건을 충족시키려면 건축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등 사업비 상승이 불가피한 데다 사업 일정이 지연될 경우 조합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한 송파구 가락시영(8106가구) 재건축 사업의 경우 그동안 서울시의 요구로 5차례나 건축계획을 수정하는 바람에 사업 일정이 크게 늦어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우리 단지는 원칙상 새로운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4개월이 넘도록 입면 디자인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에 대한 서울시의 디자인 심사 강화에 대해 방향은 옳지만 좀 더 세련된 보완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K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의 입면 디자인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1개의 동 안에서도 다양한 건축도면이 필요하다"며 "건축비 상승은 물론 조합원들 간 형평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같은 분담금을 내고도 추첨을 통해 배정받을 아파트가 동,층,호수별 디자인에 따라 서로 가격이 달라져 조합원들 간 갈등이 불거질 경우 재건축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시행 중인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시범적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앞으로 약 6개월 동안 시행한 후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보완을 거쳐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