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등 일부 대학들이 학부과정에 도입키로 한 '프리 로스쿨(Pre-law school)'을 둘러싸고 교육부와 대학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프리 로스쿨이 법학과를 대체하는 성격을 띤다고 판단되면 제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학들은 법학을 가르치겠다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맞서고 있다. 프리 로스쿨은 학부과정에 도입되는 것으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대비반 성격의 이중전공 과정이다.

▶본지 27일자 A1,11면 참조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27일 "관련 법규상 로스쿨 설치 인가를 받는 대학은 학부과정에서 법학 관련 학과를 폐지토록 돼 있다"며 "프리 로스쿨이 법학과를 대체하는 기구 혹은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한 필수 교과과정으로 개설된다면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학부 전공자를 법조인으로 선발하기 위해 법학과를 폐지토록 한 로스쿨법의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로스쿨제도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교육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허용이냐 불허냐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며 "프리 로스쿨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자세히 파악한 후 대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고려대 등 프리 로스쿨을 도입키로 한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정남 고려대 정경대 학장은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프리 로스쿨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결혼은 해놓고 합방은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며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로스쿨이 도입된 곳엔 프리 로스쿨이 정착돼 있다"고 반박했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도 "다양한 학문 간의 융합을 통해 법조인의 소양을 기르고 대학이 입시 전문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프리 로스쿨에 대해 제재검토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프리 로스쿨 논란과 관련,"고려대 등이 시도하고 있는 프리 로스쿨이 학과 형태로 신설되거나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한 전제 과정으로 개설되는 것이 아니라면 교육부가 제재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로스쿨을 도입하는 대학이 프리 로스쿨을 집단적으로 도입할 경우 이례적인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송형석/성선화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