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2007년 약가재평가 결과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의 개량신약을 만드는 국내 제약사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미약품과 CJ 등은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종근당과 SK케미칼 등은 약가가 무려 40%나 깎일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심평원은 올해 약가재평가 대상 5038개 품목에 대한 재평가 결과를 각 제약사에 최근 통보했다.

2002년 처음 도입된 약가재평가 제도는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되는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해 국내 보험 약가가 선진 7개국(G7)보다 비싸지 않게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당초 제약업계에서는 올해 약가 인하 폭이 사상 최대가 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으나 실제 인하 폭은 지난해(평균 17%)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의 개량신약에 대한 재평가 결과다.

심평원은 한미약품의 '아모디핀'과 CJ의 '암로스타'는 가격 인하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반면 종근당의 '애니디핀'과 SK케미칼의 '스카드'에 대해서는 약 40%대의 가격 인하 결정을 내렸다.

이들 4개 제품은 모두 오리지널 신약인 '노바스크'의 염(약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덧붙이는 부가 물질)을 변경한 개량신약이지만 사용하고 있는 염이 각기 다르다.

심평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약가 인하의 주된 기준이 'G7 국가에서 동일 성분의 약이 어떤 가격에 팔리고 있나'이기 때문이다.

즉 아모디핀과 암로스타는 G7 국가에 동일 성분 약이 없는 반면 애니디핀과 스카드는 동일 성분의 약이 G7 국가에서 팔리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종근당과 SK케미칼은 G7 국가에서 팔리는 동일 성분 제품의 평균가격 수준으로 약값을 인하해야 한다는 게 심평원의 결정이다.

그러나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적잖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제품에 대한 개량신약인데 비교대상 제품의 존재 유무만으로 가격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심평원이 지나치게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