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향 길은 휴일이 여러 날이라 차가 분산되면서 교통이 원활하다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뉴스마다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차가 안 막힌다고 추석 며칠 전부터 시댁에 가고 싶은 며느리가 있을까? 중년이 되면 빨리 자기네 집에 가고 싶은 남편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버틸 대로 버티다가 폭발하기 직전에 입술이 툭 튀어나온 채 마지못해 따라나서기 일쑤다.

그러나 입장이 다르면 마음도 다른 법. 추석이 다가오면 부모들은 자식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이때 부모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부양 의무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적당히 거리를 둔 아들들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어 수시로 친밀감을 표시하는 곰살 맞은 딸들이다.

정성들여 키운 아들은 왠지 모르게 계속 줘야만 할 것 같고 대충 키운 딸에게는 은근 슬쩍 그냥 받아도 될 것 같은 맘인지도 모른다.

이번 추석에는 시댁과 친정 중에 어딜 먼저 가느냐를 두고 부부 싸움을 벌이다가 졸지에 남편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어이없는 일 이외에도 차례 음식 장만이나 양가의 선물 문제로 갈등을 겪어 부부 사이가 악화되는 일이 많다.

명절이 본래 남편 집안 중심의 행사가 되다 보니 요즘 아내들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이혼까지 불사하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그동안 가부장제를 옹호해 왔던 성균관에서도 남성들의 명절 가사일 동참을 권장하고 있다.

세상이 변하니 대쪽 같은 유림들도 변하는 건 인지상정일까?

재혼을 희망하는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결혼생활 중 추석 기간 동안 양가 체재시간 배분 현황에 대해 남성들은 '친가와 처가 반반씩'(43.6%)이 가장 높은 반면, 여성들은 '시가 위주'(45.5%)가 가장 높아 남녀의 인식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명절 때 발생하는 부부간 마찰의 최대 원인으로는 남녀 모두 양가에 머무는 시간 배분 문제를 꼽았다.

이 땅에 시어머니들은 명심해야 한다.

내 딸 올 때만 기다리지 말고 남의 딸 먼저 친정 보내줄 생각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금쪽 같은 아들의 편안한 내일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제 명절은 지났다.

어떻게든 신경이 곤두서있는 아내를 달래줘야 다음 설날에도 군말 없이 따라나설 것이다.

주부들의 명절 증후군 해소법에 대한 설문에서 후유증을 한번에 날리는 남편의 말은'1주일 동안 집안 일 내가 다 할게'와 같은 가사분담형(44.2%)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힘들었지? 당신 맘 다 알아'등 공감형이 뒤를 이었고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등 선물공세형 '사랑해,고마워' 등 애정형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따듯한 위로가 그 어느 것보다 약발을 받는다.

고생한 아내의 왼쪽 귀에 '미안해,사랑해. 내가 다 해줄게'라고 속삭여 준다면 북극의 빙산처럼 꽝꽝 얼었던 마음이 줄줄 녹아 내릴 것이다.

"남편이 알아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는지 모르는지,왜 내가 화났는지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으니 나 혼자 잠 못 자면서 곱씹어본들 뭐 하겠어요.

이러니 옛날 남자 생각이 저절로 나죠.이번에 친정에 갔더니 소싯적에 나 때문에 죽는다고 난리치면서 따라다니던 남자가 출세를 해서 떡하니 집 한 채 값이 넘는 차를 타고 고향에 왔다 갔다고 친정엄마가 부러워하더라구요.

그 못생겼던 얼굴에 개기름이 질질 흐르는 게 사람이 아주 잘나 보였대요.

내 눈 내가 쑤신 거지요."

명절 때문에 부부 사이가 나빠질 순 없다.

명절 덕분에 부부 사이가 더 좋아져야 명절 두드러기가 안 생길 것이기 때문에 남편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아내를 감동시켜야만 한다.

아내가 엉뚱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렇다고 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행동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일이다.

[행복한 性] 명절증후군 … 남편의 헌신만이 藥
틈틈이 가사 일을 도우면서 아내의 힘든 거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멘트와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이 최고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은 충분히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만큼 보통 때와 사뭇 다른(?) 헌신적인 밤까지 서비스로 보탠다면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금상첨화로 아내는 다음 설날을 마~악 기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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