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서남표)의 교수진 승진심사에서 '서남표식 개혁'의 칼바람이 몰아쳤다.

KAIST는 최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부교수에서 정교수로의 승진 대상자 5명 중 40%인 2명을 탈락시켰다고 28일 밝혔다. 인사위원회는 또 65세 정년을 보장하는 테뉴어 교수직 심사 신청자 35명 중 15명(43%)도 동시에 떨어뜨렸다. 테뉴어 교수직에 신청했다가 탈락자가 나온 것은 이 대학이 개교한 이래 처음이며 정교수 승진 심사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가운데 탈락자가 생긴 것도 첫 사례다.

테뉴어 제도는 교수 임용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연구 성과 등을 심사해 통과한 교수에게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KAIST 교수들은 지금까지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한 뒤 테뉴어 자격을 부여받는 게 일반적 과정으로 여겨 왔다. 현재 436명의 교수 중 298명이 정교수이고 226명이 테뉴어 자격을 갖고 있다.

KAIST는 작년 7월 서남표 총장이 취임한 이래 교수 승진은 물론 테뉴어 자격 심사 기준을 크게 강화했다.

서열·호봉·나이 등을 배제하고 세계적인 저명 저널의 논문게재 등 연구 업적을 주요한 평가 잣대로 바꿨다.

대학 관계자는 "이번에 정교수로 승진 못한 부교수들은 획기적인 연구 실적을 내지 못하고 다음 번 심사에서도 탈락할 경우 사실상 대학에서 퇴출된다"고 말했다. 또 테뉴어 자격을 따지 못한 교수들도 재신청에서 탈락할 경우 계약 기간(평균 2∼3년)의 만료와 함께 대학을 떠나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2~3년 내 KAIST 교수진의 '무더기 퇴출'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