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기자실로 사용 중인 검찰청 당직실과 정문 현관, 앞마당에 마련된 임시 천막에 남아있는 기자는 30여명.200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북적이던 일주일 전 모습과 딴판이다.
'신정아 피로감'이 현실화되는 듯한 느낌이다.
30대 여성과 50대 남성이 얽힌 스캔들도 수사장기화 앞에 흥행을 잃고 있는 탓이다.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수사가 시작된 지 벌써 석달이 돼간다.
속시원하게 해결된 것은 없다.
변양균,신정아 주연에 영배스님과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이 조연급으로 등장하지만 식상해질 만큼 드라마가 늘어지고 있다.
검찰도 갈팡질팡이다.
대검찰청과 광주지검의 수사인력을 지원받아 수사속도를 높이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서는 신씨에 대한 영장재청구를 놓고 '신중론' 무드다.
이달 말께 신씨와 변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 보강수사를 벌이겠다던 계획은 온데간데 없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청구가) 일단 무기한 연기됐다"고 말했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10월2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때문인 것으로 관객들은 추측할 뿐이다.
검찰은 '추가 혐의가 발견돼 수사가 더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지속적으로 언론에 흘리면서 식어가고 있는 신정아 열기를 더욱 잠재울 태세다.
신정아 본인도 요즘 들어서는 고개를 들고 입가에 미소까지 짓는 등 안도하는 모습이다.
주말과 추석연휴도 반납하고 수사에 매진해 온 일선검사들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망신을 당한 검찰로서는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꺼져가는 열기 앞에 "수사로 말한다"는 원칙만 반복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수사진과 수뇌부 사이에 영장재청구를 두고 이견이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수사진은 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수뇌부들은 신중론을 들어 정상회담 후로 시기를 늦추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 스스로도 흥행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는 양상이다.
서부지검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세상을 뒤집을 듯하던 신정아씨 사건도 길어지니까 이래저래 시시해지는 것같다"면서 "이런 아수라장 속에 정의와 법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