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의 핵프로그램 공개를 놓고 28일 공방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6개국 대표단은 이날 오후 전체 수석대표회의를 열었으나 의견을 모으지 못해 5분 만에 해산했다.

한국과 미국 대표단은 북한에 연말까지 농축 우라늄을 포함한 '핵프로그램과 모든 요소'를 신고할 것을 주문했으나 북한은 연말까지라는 시한을 확정하지 않고 신고를 나눠서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회담 대표는 "북한이 (공개 대상 리스트의) 초안을 먼저 내놓고 논의를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연말까지 최종 리스트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 대표단은 전날 북측에 핵시설 불능화의 수준을 낮춰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신고는 연말까지로 시한을 못박아 완벽한 이행을 요구했다.

회담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현 단계에서 당장 신고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신고를 몇 번 하느냐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고 성실하고 진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핵 폐기 과정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먼저 빼달라고 요구하고 이 내용을 6자회담 공동선언문에도 명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회담 관계자는 "(북미 간에) 선후 개념에 관한 논쟁이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동시 행동의 원칙에 따라 양측이 문제를 풀어나갈 지혜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힐 대표는 "우리는 양국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제네바에서 (북측과) 합의한 내용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전에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합의문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있어 국제 금융과 상거래에서 각종 제재를 받고 있으며,이달 초 제네바에서 미국과 따로 만나 핵 폐기 2단계 조치와 명단 삭제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량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줄 수 있으나 의회에 보고하는 절차가 있어 북한에 연내 불능화와 신고부터 완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한이 핵을 중동 등 반미 지역에 수출할 가능성을 이유로 미 의회가 반발할 공산이 크다.

미국에선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후 북한이 시리아에 핵기술을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반감이 심하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