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TX 여승무원들을 코레일이 직접고용토록 가닥을 잡은 것은 노동계의 압박에 백기투항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과 철도노조에서 강력히 반발하자 노동계의 표를 의식한 정부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는 지적이다.

KTX 여승무원들은 코레일이 계열사인 코레일투어레저(옛 철도유통공사)의 비정규직 형태로 자신들을 채용한 것은 불법파견이라며 지난해 3월부터 농성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해 노동부와 법무부가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KTX 여승무원들을 고용한 것에 대해 합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KTX 여승무원들은 코레일투어레저에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다가 다시 코레일의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농성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도 여승무원들의 코레일 직접고용 주장에 동조해 왔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갈등해소차원에서 장기간 파업이 지속된 KTX 여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고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KTX 여승무원들의 농성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부처인 건설교통부와 철도공사 등은 포퓰리즘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 6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을 내놓았을 때도 이 장관은 코레일이 여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할 것을 주장했으나 경제부처 장관들의 반발로 무산됐었다.

정부의 입장이 결정적으로 변화된 것은 대선정국이기 때문이란 지적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동안 여승무원들의 직접고용에 반대해 왔던 청와대가 직접고용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이번 회동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초 법과 원칙을 주장하며 여승무원들의 직접고용에 반대해 왔던 이철 코레일사장도 슬그머니 뒤로 무러섰다는 것이다.

정치인 출신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이 장관과 이철 사장 입장에서 사회적차원의 갈등을 빚고 있는 여승무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키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계산해 포퓰리즘정책에 동조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승무원들을 코레일에서 직접고용할 경우 법과 원칙이 무너져 노사현장이 크게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