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후쿠다내각에 거는 기대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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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가와 유키코 <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
한국 측이 친일파 단죄의 의의를 도도하게 '연설'한 회의가 잠시 휴식에 들어가자 그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함께 차라도 한잔 마십시다.
일·한 관계는 괜찮은 건가요?" 2004년 9월 한·일 선상(船上)세미나가 열린 배 밖으론 시모노세키의 바다가 늦여름 태양에 빛나고 있었다.
배는 부산으로 향했다.
"한국은 민주화 성숙의 시행착오기에 있다.
냉정하게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일본엔 미국 일변도가 아닌 지정학적 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전략성이 부족한 일·한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은 반드시 파탄날 것이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진지한 표정이었던 그 사람,후쿠다 야스오씨가 일본의 신임 총리에 취임했다.
자민당 외교부 회장 등을 역임한 후쿠다 총리는 대표적인 '외교족'의원이다.
중국이 서둘러 중·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희망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일본의 새 총리에 호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취임 전부터 그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아베 정권의 '일본판 네오콘 코드 인사'가 퇴조하고,각료들의 조심성 없는 발언 리스크도 줄어들 것이다.
미국도 '안정감'을 느껴 호의적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극장 정치',아베 전 총리의 '가치관 정치'에 지친 일본 국민은 '상식인'을 기대해서 인지,새 내각은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지지율 속에 출범했다.
그렇다고 지나친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일본 내에선 냉담한 견해가 지배적이다.
7·29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것은 경기회복의 파급이 늦은 지방경제 침체와 지방·도시 간 격차확대 등 경제 요인,경악할 만한 부패상을 드러낸 사회보험청 등 공공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불신 등 주로 내정(內政) 요인 때문이었다.
여기에 각료들의 정치자금 부정과 인사관리의 무능이 가세하면서 아베 총리 퇴진이라는 방아쇠가 당겨졌다.
후쿠다 총리의 비교우위 분야인 외교가 문제 됐던 건 아니다.
납치 담당 보좌관을 포함해 아베 내각의 대부분 각료는 후쿠다 내각에서도 유임됐다.
미국 일변도 외교가 다소 수정되더라도 '대화와 압력'을 축으로 한 대(對)북한 정책의 중심이 대화 쪽으로 옮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참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자민당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하면 야당으로 전락한다.
양극화 시정이란 정치 압력이 공공 공사를 부활시키고 의료비 부담 동결 등으로 연결되면 재정 개혁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농업 보호 압력은 FTA교섭을 정체시킬 것이다.
총리의 리더십이 약해지면 민영화나 규제완화에 저항하는 관료 조직도 다시 팽창할 게 뻔하다.
자민당 내 파벌 보스들에게 중요 포스트를 나눠주는 구태가 선거에서 유효할지도 의문이다.
"(파벌 담합의 밀실 정치에 의존했던) 낡은 자민당을 부수자"고 절규한 고이즈미 정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그러나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선 파벌정치의 모습이 비쳐졌고,각료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신중한 후쿠다 총리와는 대조적으로 솔직·명쾌한 언동의 아소 다로 전 자민당 간사장이 총재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선전한 것은 자민당의 구태 체질에 대한 유권자의 강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 후쿠다 정권은 단명(短命)으로 끝난다.
고이즈미 정권 때와 같은 압도적 선거 승리는 현재 상태에선 불가능하다.
어쨌든 선거에서 이겨 연속 투구가 가능해지더라도 참의원의 여소야대 형국이 바뀌는 건 아니다.
자민당이나 민주당 모두 정책면에선 굳건하지 않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상식인' 정치의 정도(正道)는 정책면에서 국민에게 명쾌한 선택사항을 제공한 뒤 '대연정(大聯政)'까지도 포함한 여야 협조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새 내각이 목표로 하는 새로운 외교와 개혁 추진으로 아시아에 공헌하는 길도 거기에 달렸다.
결국 일본도 새로운 시대에 적절한 민의 반영의 프로세스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측이 친일파 단죄의 의의를 도도하게 '연설'한 회의가 잠시 휴식에 들어가자 그는 온화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함께 차라도 한잔 마십시다.
일·한 관계는 괜찮은 건가요?" 2004년 9월 한·일 선상(船上)세미나가 열린 배 밖으론 시모노세키의 바다가 늦여름 태양에 빛나고 있었다.
배는 부산으로 향했다.
"한국은 민주화 성숙의 시행착오기에 있다.
냉정하게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일본엔 미국 일변도가 아닌 지정학적 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전략성이 부족한 일·한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은 반드시 파탄날 것이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진지한 표정이었던 그 사람,후쿠다 야스오씨가 일본의 신임 총리에 취임했다.
자민당 외교부 회장 등을 역임한 후쿠다 총리는 대표적인 '외교족'의원이다.
중국이 서둘러 중·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희망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일본의 새 총리에 호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취임 전부터 그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아베 정권의 '일본판 네오콘 코드 인사'가 퇴조하고,각료들의 조심성 없는 발언 리스크도 줄어들 것이다.
미국도 '안정감'을 느껴 호의적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극장 정치',아베 전 총리의 '가치관 정치'에 지친 일본 국민은 '상식인'을 기대해서 인지,새 내각은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지지율 속에 출범했다.
그렇다고 지나친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일본 내에선 냉담한 견해가 지배적이다.
7·29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것은 경기회복의 파급이 늦은 지방경제 침체와 지방·도시 간 격차확대 등 경제 요인,경악할 만한 부패상을 드러낸 사회보험청 등 공공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불신 등 주로 내정(內政) 요인 때문이었다.
여기에 각료들의 정치자금 부정과 인사관리의 무능이 가세하면서 아베 총리 퇴진이라는 방아쇠가 당겨졌다.
후쿠다 총리의 비교우위 분야인 외교가 문제 됐던 건 아니다.
납치 담당 보좌관을 포함해 아베 내각의 대부분 각료는 후쿠다 내각에서도 유임됐다.
미국 일변도 외교가 다소 수정되더라도 '대화와 압력'을 축으로 한 대(對)북한 정책의 중심이 대화 쪽으로 옮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미 참의원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자민당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하면 야당으로 전락한다.
양극화 시정이란 정치 압력이 공공 공사를 부활시키고 의료비 부담 동결 등으로 연결되면 재정 개혁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농업 보호 압력은 FTA교섭을 정체시킬 것이다.
총리의 리더십이 약해지면 민영화나 규제완화에 저항하는 관료 조직도 다시 팽창할 게 뻔하다.
자민당 내 파벌 보스들에게 중요 포스트를 나눠주는 구태가 선거에서 유효할지도 의문이다.
"(파벌 담합의 밀실 정치에 의존했던) 낡은 자민당을 부수자"고 절규한 고이즈미 정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그러나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선 파벌정치의 모습이 비쳐졌고,각료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신중한 후쿠다 총리와는 대조적으로 솔직·명쾌한 언동의 아소 다로 전 자민당 간사장이 총재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선전한 것은 자민당의 구태 체질에 대한 유권자의 강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 후쿠다 정권은 단명(短命)으로 끝난다.
고이즈미 정권 때와 같은 압도적 선거 승리는 현재 상태에선 불가능하다.
어쨌든 선거에서 이겨 연속 투구가 가능해지더라도 참의원의 여소야대 형국이 바뀌는 건 아니다.
자민당이나 민주당 모두 정책면에선 굳건하지 않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상식인' 정치의 정도(正道)는 정책면에서 국민에게 명쾌한 선택사항을 제공한 뒤 '대연정(大聯政)'까지도 포함한 여야 협조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새 내각이 목표로 하는 새로운 외교와 개혁 추진으로 아시아에 공헌하는 길도 거기에 달렸다.
결국 일본도 새로운 시대에 적절한 민의 반영의 프로세스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