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관전 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이 'D-1일'을 맞았다.

이번 회담은 2000년 6월 1차 때와 비교해 준비 과정이 좀더 자세히 공개되고 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태도에서도 변화된 모습이 많이 나타났다.

특히 북측은 노무현 대통령의 군사분계선(MDL) 도보 통과와 평양 현지에서의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는 등 회담 전부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관세 통일부 차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개방에 대한 북한의 변화된 의식과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쉽게 예상하기 힘든 상대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는 사항도 매우 많다.

이번 회담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정리한다.

盧.金 10시간 이상 함께할듯

노 대통령이 평양에 머무는 시간은 2일 오전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4일 오후 평양을 떠날 때까지 52시간 정도.이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15시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는 시점은 2000년 1차 회담의 관례에 비춰 2일 낮 노 대통령이 머물 백화원초대소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첫날인 만큼 가벼운 환담 정도로 상대를 탐색한 뒤 본격적인 회담은 방문 둘째날인 3일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3일에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이어 1시간30분가량의 아리랑 공연 관람과 답례 만찬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같이 하게 된다.

3일에도 서해갑문 답사와 기념식수,환송 오찬까지 주요 일정을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전.격식 구애받지 않을 듯

2000년 당시 김 위원장은 사전 예고 없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직접 맞이하는 파격 행보를 연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김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10살 이상 많은 연장자라는 점이 감안됐던 만큼 이번에는 통상적 관례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식 환영식도 북한의 명목상 국가 수반인 김영남 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맡게 된다.

하지만 회담 진행은 격식을 덜 따지는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 사람 모두 직설적인 화법을 즐겨쓰고 자신의 입장을 소신껏 밝히는 스타일이어서 대화가 속도감 있게 진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정상이 즉흥 토론을 즐겨하고 의전이나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도 속깊은 대화를 나누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단독회담 배석자 주목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 정상회담에 누가 배석하게 될지도 회담의 의제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일단 남측에서는 대통령 특사로 두 차례 방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김만복 국정원장이 1순위로 거론된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배석도 유력하다.

이번 회담이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배석도 점칠 수 있다.

한편 북측에서는 김 국정원장의 카운터파트너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단독 배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1차회담때보다 스케줄 빡빡

1차 회담의 전례를 따를 경우 3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의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거쳐 이날 밤 늦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1차 회담에서는 밤 12시 가까이 돼서야 진통 끝에 문구 작성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리랑 공연 단체관람과 답례 만찬 등 스케줄이 빡빡한 데다 남북 회담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3일 오후에 합의문을 발표한 뒤 홀가분하게 나머지 일정을 보낼 것이라는 분석도 유력하다.

권양숙 여사 누가 맞을까

권양숙 여사를 맞이할 북한의 상대는 박순희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 중앙위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3일 권 여사와 북쪽 여성계 인사와의 간담회에 박 위원장이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교 관례상 김 위원장의 부인이 파트너가 돼야 하지만 전처인 고영희의 사망으로 현재 부인 자리는 '공석'이다.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의 '의전 과장'인 김옥(43)도 거론되고 있지만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