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트론 지분 매각을 통해 동부제강의 '미니밀'프로젝트 투자재원을 마련하려던 동부그룹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실트론이 3000억원대 소송에 휘말리면서 보유한 실트론 지분을 매각해 동부제강의 전기로 사업 투자자금을 확보하려던 동부그룹의 자금운용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동부는 그룹의 명운을 걸고 있는 동부제강의 전기로 사업을 위해 최근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보유 중인 실트론 지분 49%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JP모건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었다.

동부제강은 전기로에 투입되는 6200억원 중 5000억원은 산업은행에서 차입하고 나머지 1200억원은 실트론 지분 매각 자금 등으로 자체 조달할 방침이었다.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를 비롯한 사모투자펀드 등도 실트론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며 이번 매각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반도체 소재 제조장비 '그로워'를 생산하는 퀄리프로나라테크(나라테크)가 최근 실트론에 3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부의 지분 매각 일정이 지연되거나 매각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부그룹의 자금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돌발변수가 출현한 셈이다.

나라테크 측은 소장에서 "실트론이 그로워를 우선 구매키로 협약을 맺어놓고는 70여대 중 16대만 구매한 데다 그로워 설계도면을 받아 다른 회사로부터 납품받는 등 협약을 위반했다"며 "총 청구금액 5600억여원 중 3000억원을 우선 청구한다"고 밝혔다.

세계 반도체 웨이퍼 시장의 6%를 점유하고 있는 실트론은 ㈜LG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부제강(32.1%) 동부건설(5.9%) 동부화재(4.9%) 등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49%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실트론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0억여원에 달하는 데다 공장 부지 등 보유 부동산의 가치가 높은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부제강은 지난 7월 '쇳물 독립'을 기치로 충남 당진에 250만t 규모의 전기로(전기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용광로) 신설 계획을 발표하고 2009년 6월 가동을 목표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