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弗돼도 세계경제 끄덕없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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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배럴당 80달러를 넘어 100달러도 넘보고 있다.
그런데도 글로벌 경제는 의외로 차분하다.
야단법석을 떨던 과거 오일쇼크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다름아닌 달라진 환경 때문이다.
값싼 제품 공급과 중국 등 이머징국가의 등장,산유국의 재투자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런 식이라면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도 글로벌 경제는 너끈히 견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 종가는 배럴당 81.66달러.9월 한 달 동안 11.4%나 올랐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화로 거래되는 유가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배럴당 100달러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유가의 고공행진은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이다.
투자심리와 소비는 움츠러들기 쉽다.
인플레이션 걱정도 상당하다.
그런데도 과거 오일쇼크 때와 같은 번잡스러움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와 환경이 변했다며 100달러시대가 와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 △'월마트 효과'로 대표되는 값싼 제품 공급 △중국 등 이머징 국가 부상 △산유국의 글로벌 투자 △연료효율성 증가 △경제 펀더멘털 변화 등을 꼽았다.
'월마트 효과'란 값싼 제품이 시중에 넘쳐나는 현상을 뜻한다.
중국 등이 값싼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다 보니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는 괜찮은 편이다.
이는 소비 유지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 베네수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점유율 경쟁을 벌였던 1998년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 유가는 당시보다 8배나 올랐지만 같은 기간 세계 경제도 연평균 5% 이상 성장했다.
월마트 효과가 한몫 단단히 한 덕분이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이머징 국가의 부상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이들의 눈부신 성장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국가들은 이들 국가로 시장을 넓혀 고유가를 극복하고 있다.
산유국들이 과거와 달리 오일머니를 글로벌 경제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산유국의 '국부펀드'는 세계 경제의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순항을 돕고 있다.
연료효율성도 많이 개선됐다.
대체연료 및 친환경제품 개발로 운송회사조차 원유의존도가 많이 낮아졌다.
기업들의 체질이 한층 강화된 점도 고유가시대를 잘 견디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임계점을 지나면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파문을 겪고 있는 미국경제의 고유가 부담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달러 유가시대치고 잠잠한 걸 보면 100달러시대를 견딜 수 있다는 분석도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