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이 정책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추세적인 하락은 아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추가 하락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달러약세 현상이 이어지면 조만간 외환위기 이후 최저점인 913원80전(2006년 12월7일)이 깨지고 910원 선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환율 왜 떨어지나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8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하한 후 5거래일 동안 15원60전이 급락했다.

대외적으로 미국 달러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월말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온 탓이다.

현재 미 달러화는 원화뿐 아니라 유로 파운드 엔화 등 주요 통화들에 대해서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사상 처음으로 유로당 1.42달러를 돌파했고,캐나다 달러에 대해서도 캐나다 달러당 1.0087달러를 기록하며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가치는 3분기 들어서만 유로에 대해 5.3% 빠졌고 엔화에 대해선 7.3% 하락했다.

이처럼 미 달러화가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 등으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해서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FOMC가 추가로 정책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달러 전저점 깨질 가능성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불안으로 미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인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국의 개입이 없다면 조만간 전저점인 913원 선도 뚫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약세라는 대외변수가 주요 원인인 데다 환율 하락이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연저점을 깨고 910원 전후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평가돼 있어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은 만큼 900원대는 지켜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자본수지 흑자폭도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환율 추가 하락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원·엔 환율은 향후 상승반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특히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현상 약화 등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금리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