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을 추진 중이거나 추진할 의사가 있는 중소기업들은 '제2의 개성공단' 건설 지역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지 중에 황해남도 해주를 가장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최근 남북경협에 관심있는 중소기업 103개사를 대상으로 '제2의 개성공단 건설'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업체의 56.4%인 58개사가 개성공단에 이은 남북 경제특구 건설 희망지역으로 '해주'를 꼽았다.

'남포'를 희망지역으로 꼽은 업체는 9개사(8.7%),'신의주'는 6개사(5.8%),'나진·선봉'은 4개사(3.9%)에 불과했다.

이들 지역과 함께 후보지로 거론되는 '원산'을 희망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선호하는 '제2의 개성공단'지역으로 해주가 압도적으로 꼽힌 것은 무엇보다 남한과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주를 최적지로 꼽은 업체의 86%가 '지리적 인접성'을 이유로 들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히로세코리아의 김지훈 부장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1차 벤더의 입장에서는 물류비용 절감 등을 감안할 때 해주와 같이 가능한 남쪽에 있는 곳이 입지적으로 유리하다"며 "국내 대기업이 신의주나 나진·선봉 등으로 가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부품생산업체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식기업체인 창신금속의 박창수 대표도 "제2의 개성공단이 생긴다면 부산과 같은 남쪽에서 뱃길로 쉽고도 빨리 올 수 있는 지역이었으면 좋겠다"며 "그런 점에서 해주가 가장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에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해주를 특구로 하려면 원자재 공급 및 완제품 판매를 쉽게 하기 위해 '해주~부산''해주~칭다오(중국)'등의 선박 운송길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일부 업체들은 개성공단의 인력 부족 등을 감안할 때 개성 인근의 해주보다는 노동력이 풍부한 남포 등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사무용 가구업체인 대신가구의 이기훈 부장은 "개성공단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력난 문제가 해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사람이 많은 평양 인근에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1단계 단지 조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제2의 공단' 건설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희망지역이 없다'고 응답한 20개사(19.4%) 중 상당수가 공단 추가 건설보다는 '기존 개성공단 건설의 차질 없는 추진'이나 '개성지역의 확대 조성'등을 희망했다.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해온 한 업체 관계자는 "2017년까지 최종 마무리될 예정인 개성공단 건설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2공단·3공단을 짓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이나 신속하게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2004년 하반기 개성공단 시범단지 조성 당시 현대아산에 투자의향서를 냈던 업체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토지공사가 주최한 '중소기업 남북경협 설명회'에 참석한 업체 등에 대해 이메일 설문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업체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 예정 기업들도 일부 포함됐다.

송태형/이상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