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걸어서 휴전선을 넘어 평양으로 들어간다.

장소는 물론 다르겠지만 59년 전인 1948년 4월 백범 김구 선생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8선을 걸어서 넘었다.

김구 선생은 당시 38선 푯말에서 잠시 내려 아들 김신과 기념촬영을 했다.

두루마기에 뿔테 안경,중절모를 눌러쓴 모습은 지금도 남북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당시 김구 선생의 노력을 증명하고 있다.

김구 선생이 외로이 38선을 넘었다면 남북 양측 군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는 노 대통령의 모습은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노 대통령은 아마도 현장에서 김구 선생이 38선을 넘었던 심정으로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는 심경을 밝힐지 모른다.

임기 중 5대양 6대주를 돌며 전 세계를 일주하면서 50개국이 넘는 국가를 순방한 노 대통령의 마지막 방문국이 북한이 된 것이나,노 대통령의 마지막 정상회담 파트너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된 것도 아이러니하다.

실질적 임기가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노 대통령의 방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말 그대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회담 의제를 둘러싼 논란에서부터 대북 퍼주기와 다름없는 경협 확대는 안 된다는 반대의견도 여전하다.

어쨌든 이런 저런 논란을 뒤로 하고 노 대통령은 이제 북한으로 출발한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회담의 목표에만 초점을 맞출 때다.

그 어떤 정치적 계산도 없어야 할 것이다.

북한도 인간 노무현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해 신의와 성실의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발걸음을 함부로 하지 말라.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가 뒷사람의 길이 되느니….'서산대사가 남긴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라는 시의 한 대목이다.

김구 선생은 이 시를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기자를 포함해 공동취재단의 이름으로 방북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일체의 해석과 전망을 빼고 오로지 벌어진 사실(fact)만 전달하기로 합의했다.

회담 결과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