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테이블에 어떤 의제를 올려 놓을까.

북측이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의제로는 서해북방한계선(NLL) 재설정,국가보안법 폐지,한·미 군사훈련 중단,참관지 제한 철폐 등 그동안 줄곧 요구해 온 이른바 '근본문제'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남측의 화끈한 대북 지원,통일방안 등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경제강국의 기치를 내걸고 주민생활 향상을 추진하고 있어 남측의 대규모 경제 지원을 적극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통일부가 '북한이 필요로 하고 희망하는 경제협력사업'을 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사회간접자본(SOC) 등 총 3개 분야에서 16개 사업을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 사업은 △200만㎾ 송전 △발전설비·송전선 개보수 △무연탄 설비 지원 △중유,중유 추출용 폐타이어 지원 △개성~평산,온정리~원산 간 철도 복구 △남북 연결 철도 북측 구간 전철화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남포항 시설 현대화·물류체계 정비 △정보기술(IT)부문 협력 △비료공장·식료품공장 건설 지원 △유경호텔 완공 지원 △화차공장,수리조선소 건설 지원 △백두산 관광개발 지원 등이다.

총 9조∼13조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사업들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외교는 미국과 논의하고,먹고 사는 문제는 남한과 얘기한다는 게 북측의 기본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남한에서 차기 보수정권이 출범할 경우를 대비해 현 정부로부터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SOC사업에 한국토지공사나 남측 기업들이 진출해 독점하는 것은 꺼리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제3국을 통한 다국적 기업이나 다국적 컨소시엄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남북 간 첨예한 갈등 이슈인 서해 NLL 재설정은 남측이 군사적인 긴장 완화를 요구하거나 핵문제를 거론할 때 강력하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95년부터 서해 NLL이 북쪽으로 치우쳐 그어진 불합리한 해상 군사분계선이라면서 재설정을 주장해 왔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남측의 비핵화 요구에 대한 대가로 남측에 근본문제의 진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근본문제 중 북한이 절실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서해 NLL"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회라는 걸림돌을 넘어야 하고,한·미 군사훈련 문제는 2012년 전시작전권 환수 이후 성격이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는 점을 북측도 알고 있기 때문에 서해 NLL 문제를 주된 논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내 참관지도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

북측은 남측 방북자들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과 김 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을 비롯한 '혁명1세대'와 '6·25 전범'들이 묻혀 있는 혁명열사릉,애국열사릉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우리 정부의 참관지 제한을 풀라고 주장해 왔다.

2005년 서울 8·15 공동행사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을 전격 참배한 뒤 북측의 참관지 제한 해제 요구는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북한은 2000년 1차 회담의 후속 조치를 이행하자며 통일방안을 의제로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이 군 병력 수를 중심으로 한 재래식 전력의 감축을 제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이에 맞서 군축 문제를 논의할 가칭 군축공동위원회와 같은 상설위원회 운영을 북측에 제의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