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허리둘레 평균 4cm 줄어 … 폭 3cm '스키니 타이'도 등장

남성 정장과 넥타이가 점점 더 얇아지고 있다.

'스키니 타이(skinny tie)'로 불리는 폭 3㎝짜리 넥타이가 등장했을 정도다. 클래식 신사복에서도 올 가을·겨울 신상품 상의의 가슴,허리둘레가 지난해에 비해 평균 4㎝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여성 패션이 '스키니' 위주에서 통이 크고 실루엣이 헐렁한 '배기' 스타일로 옮겨가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20대가 즐겨 입는 LG패션의 TNGT는 전체 넥타이 상품 가운데 70%가량이 폭 7.5cm짜리다.

폭이 7cm 이하인 넥타이까지 포함하면 열의 아홉이 슬림 타이다.

설지혜 TNGT 디자이너는 "보통 폭이 8cm를 넘으면 레귤러 타이로 분류한다"며 "이번 시즌에는 폭이 3cm에 불과한 초슬림 타이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라다워모,겐조 등 유행에 민감한 수입 브랜드에서도 8㎝ 이하 넥타이가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클래식 스타일의 정장 브랜드에서도 넥타이 폭이 얇아지고 있다는 것.오현경 로가디스 책임 디자이너는 "작년만 해도 폭 9.5㎝ 넥타이가 주류였는데 올해 나오는 상품은 8∼9㎝짜리로 대부분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정희 삼성패션연구소 과장은 "날씬한 몸을 부(富)의 상징으로 여기는 세태와 무관치 않다"며 "몸에 착 달라붙어 가늘고 길어 보이게 하는 슈트가 유행하면서 넥타이도 함께 얇아졌다"고 분석했다.

남성 정장에 불고 있는 '슬림 열풍'은 제일모직의 클래식 정장 브랜드인 로가디스가 가장 잘 보여준다.

김나라 로가디스 슈트 디자이너는 "지난해 시즌과 비교해서 상의의 가슴,허리 둘레가 4㎝가량 줄었고,목 부분의 칼라와 라펠 폭도 2∼3㎜ 정도 얇아졌다"며 "얇고 긴 느낌을 살려주기 위해 상의 길이 역시 평균 1㎝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지도 더 슬림하게 보이도록 허리 부분에 잡혀 있는 바지 주름을 두 개에서 한 개로 줄였고,아예 주름이 없는 제품도 일부 내놨다"고 덧붙였다.

로가디스는 이 같은 특성들을 반영,올 시즌에 '스타일 슈트'라는 새로운 라인을 출시했다.

그러나 남성 패션에 불고 있는 슬림 열풍은 한계가 있는 유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제냐,브리오니,카날리,콜레지오니 아르마니 등 고가 수입 브랜드에선 8㎝ 이하짜리 슬림 넥타이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는 것.

조규현 신세계백화점 남성팀 구매 담당은 "슬림 넥타이를 선호하는 계층은 20대 초반과 3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라며 "20대 중·후반의 사회 초년병만 해도 단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오히려 옷을 더 보수적으로 입는 경향이 있어 일반 넥타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