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일 청와대는 평양 시내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영상물을 보면서 북한 내 일정을 최종 점검하는 '도상훈련'을 마무리짓고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가능성에 대한 막판 점검을 벌였다. 청와대는 회담 첫날인 2일 행정수반이자 국군 최고 통수권자가 북측의 심장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순간부터 24시간 비상체제 가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노 대통령 "순리대로 될 것"

청와대는 문재인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각급 수준의 회의를 열고 마지막 방북 준비에 총력을 쏟았다. 이날 연달아 개최된 회의에서는 3차원 평양시가지를 토대로 노 대통령의 이동 경로와 시간 등을 체크하는 시뮬레이션 훈련도 이뤄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군의 날 기념식 참석차 계룡대로 오가는 KTX 열차 대통령 전용칸 회의실에서 문 비서실장과 백종천 안보실장 등 핵심 참모들과 전략 회의를 하는 등 분초를 아껴가며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핵심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성공적인 대화라고 보고,참모들에게 각 의제에 대한 설명과 대응논리,참고자료를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역사의 순리대로 되지 않겠느냐"라고 회담을 목전에 둔 담담한 심경을 밝혔다. 천호선 대변인은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전직원 비상대기

청와대는 회담 기간에 문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최고의 긴장상태에서 숨죽여 평양 상황을 체크하면서 국내 상황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천 대변인은 "정상회담 기간에 청와대에는 비서실장이 남아 정상회담뿐 아니라 일상적인 국정상황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에는 청와대 안보실과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거의 전 직원이 출근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상회담 기간인 3~4일 오전 문 비서실장과 안보ㆍ민정ㆍ홍보수석 등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과 관계부처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노 대통령의 무사귀환시까지 사실상 내각 총비상령을 내린 상태다.

◆평양 상황실도 가동

회담 기간에 평양과 서울 간 연락기능을 담당할 평양종합상황실도 1일 오후 3시부터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서울과 평양 상황실이 긴밀히 연락체계를 구축해 각종 상황에 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