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탄 전용차량은 2일 오전 9시께 경기 파주시 장단면 남쪽 출입사무소(CIQ)를 검색 없이 지나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통문을 통과했다.

인근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청와대가 설치한 '평화를 다지는 길,번영으로 가는 길'이란 노 대통령 친필 휘호석이 세워졌다.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을 30m 앞에 두고 멈춰섰다.

이어 노 대통령은 승용차에서 내려 권양숙 여사와 함께 환송 인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천천히 걸어 군사분계선상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은 노란색으로 노면에 표시된 군사분계선 앞에서 잠시 포즈를 취했다.

곧바로 상기된 얼굴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군사분계선을 넘는 감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기에 앞서 "국민 여러분 오늘 중요한 일을 하는 날인 것 같다.

설레는 날이다"며 "이 자리에 서고 보니까 마음이 착잡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발전이 저지돼 왔다"면서 "다행히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수고를 해서 이 선을 넘어가고 넘어왔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는 이 분단의 선을 넘어간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다.

장벽은 점점 지워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걸음이 분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더 많은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을 가는 데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를 당부하며 "국민 여러분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후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인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이상관 황해북도 인민위원장,김일근 개성시 인민위원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최 부부장은 노 대통령에게 "통일전선부 부부장입니다.

모셔가기 위해 나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인사 후,북측 여성 2명으로부터 꽃다발을 선사받았다.

노 대통령은 꽃다발을 받은 뒤 즉석에서 기념 사진 촬영을 제안,북측 여성 2명과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노 대통령은 오전 9시10분께 북측 인사의 영접을 받으며 북쪽을 향해 30m 정도 함께 걸어갔다.

노 대통령은 전용차에 오르기 전 "잘 다녀오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이후 곧바로 북측 통문을 통과해 북녘 땅으로 들어섰다.

노 대통령이 이날 넘은 군사분계선은 우리 측 도라산 남측 출입사무소에서 2.7km 북쪽에 위치한 지점이다.

1948년 백범 김구 선생이 삼팔선을 넘어 평양으로 갈 때 지나갔던 바로 그 길이다.

백범 선생의 방북 당시에는 이 지점에 '삼팔선'이라는 나무푯말이 있었으나 지금은 시멘트 말뚝만이 군사분계선의 위치를 나타내고 있다.

노 대통령이 넘은 노란선은 정부가 이번 행사를 위해 북측과 합의해 그은 것으로,개념상의 선이다.

공동취재단/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