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이 중대 기로에 섰다.

조직 동원 논란과 대통령 명의 도용 사태 등으로 얼룩진 경선이 2일 급기야 합동연설회 취소라는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파국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유세 일정 잠정 중단 조치를 통해 '봉합'에 나섬에 따라 주자들 간 표면적인 충돌은 일단 수그러든 모양새지만 내부적으로 경선을 둘러싼 갈등이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상태라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손·이 수용 불가

당 지도부는 손학규·이해찬 후보가 요구한 경선 일정 잠정 중단 요구에 대해 합동연설회 취소라는 절충안을 내놨다.

하지만 손·이 후보 측은 당 지도부의 결정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손 후보 측 우상호 의원은 "당이 어물쩍 시간만 보내면서 조치를 미룰 경우 상황은 더 꼬이게 된다"고 경고하면서 "지도부가 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후보 측 김형주 대변인도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처럼 무시하고 지나간다고 사태가 수습되는 게 아니다.

연설회는 하지 않고 선거는 그대로 하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 매우 우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고 당 지도부를 성토했다.

이에 정 후보 측은 절충안 수용입장을 밝히면서도 중진과 지도부 일각,386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경선 잠정 중단 요구 움직임이 사실상 '판 깨기' 시도가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 후보는 "이제 막 반환점을 돈 경선에서 판을 깨려는 어떠한 시도도 옳지 않고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고 반박했다.

◆지도부 대책 고심

세 후보 간 신뢰가 깨진데다 감정의 앙금이 쌓인 상태라 경선이 파국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 지도부가 조만간 내놓을 후속 대응책의 수위와 내용에 따라서는 갈등이 다시 폭발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문제는 당 지도부가 각 후보의 이해를 모두 만족시키는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도부로서는 경선 판을 깨지 않으려면 손·이 후보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는 쪽으로 대응책을 찾아야 하지만 이 경우 정 후보 측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손·이 후보는 정 후보에 대해 사실상 후보직 사퇴에 버금 가는 책임을 지울 것을 당 지도부에 주문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거꾸로 정 후보 쪽에 설 경우 점점 경선 승리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손·이 후보에게 경선을 포기할 빌미를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경선 파국위기에 대한 수습책으로 10월 첫째,둘째 주 경선을 한꺼번에 실시하는 이른바 '원샷 경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충일 당 대표는 이날 이해찬 후보를 만난 데 이어 저녁에는 정 후보와도 면담을 갖고 최근 경선 파동에 대한 수습책을 논의했다.

오 대표는 이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10월6일 대전 충남 전북,7일 경기 인천 경선을 1주일 연기해 13∼14일 대구 경북 및 서울 경선과 함께 실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균/노경목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