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노란색이 선명한 군사 분계선을 도보로 건너는 모습이 2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비쳐졌다.
세계인의 눈과 귀가 한반도로 쏠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정상회담 일정이 본격 시작되면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내신기자 975명,외신기자 370명 등 모두 240개 국내·외 매체가 출입 등록을 마치고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424석이 마련된 브리핑실 겸 기사송고실에는 빈자리 하나 없이 기자들이 들어찼다.
이번에 서울의 프레스센터와 평양은 인터넷으로 연결됐다.
기자들은 평양에서 공동취재단이 보내오는 소식과 사진을 각자의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받아 보고 있다.
팩스로 들어온 평양 소식을 종이에 출력·배포하면 기자들이 서로 먼저 받아가려고 경쟁을 벌이던 7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바뀐 취재 환경만큼이나 외신 기자들이 남북정상회담을 보는 시선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처럼 마지막 분단국가의 정상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마냥 '축하'와 '덕담'이 오가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면하는 순간에도 외신 부스에는 차분함이 감돌았다.
하루 전 외국 주요 언론 기자들이 브리핑에 나선 이재정 통일부장관을 상대로 던진 질문들이 그 이유를 짐작케한다.
로이터 통신 기자는 "정상회담의 목표인 평화체제 구축이 휴전협정 당사자인 미국을 빼고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고,또 다른 기자는 "핵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채 평화선언을 하면 핵보유를 용인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북한에 제공할 것은 많다는데 받을 것은 무엇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리는 외신 기자도 있었다.
달라진 이들의 시선은 곧 주변국들의 여론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에도 '퍼주기식' 경협 선물만 덥석 집어주고 오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남은 이틀 동안 우리 국민과 세계인에게 미소를 줄 수 있는 '평양 소식'이 전 세계로 뿌려지길 바란다.
차기현 경제부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