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을 위해 방북길에 오른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전 출발에 앞서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위원 및 청와대 수석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본관 앞에서 '대국민 인사'를 하는 것으로 방북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7시37분께 권양숙 여사와 함께 청와대 앞마당에 도착,기다리고 있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악수한 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국무위원 및 회담 수행원 30여명과 국무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선 채로 진행된 간담회에는 한 총리 등 전 국무위원과 권오규 재경부총리를 비롯한 공식수행원 전원,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참석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로 남북관계가 막혀있었는데 6자회담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과정에 들어서게 돼 지체없이 남북관계를 트기위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쪽으로 잡았다"면서 "역사는 단번에 열 걸음 나가기 어렵고 나는 이번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돌아와서는 떠날 때보다 2배쯤 센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차분한 느낌을 주는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감색 양복을 입은 노 대통령은 상기된 표정으로 7시50분께 출발에 앞서 '대국민 인사'를 발표했다. 권 여사는 화사한 진분홍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역사적인 현장에 동참했다.

노 대통령은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이 되도록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대국민 인사를 읽는 종종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읽어내려간 원고가 당초 발표된 원고와 미묘하게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번의 만남으로 이 많은 과제를 소화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당초원고의 단정적인 표현은 '한 번의 만남으로 이 많은 과제를 소화할 수 있을지 무척 걱정'이라는 유연한 표현으로 바뀌어 방북성과에 대한 노 대통령의 기대를 내비쳤다

'대국민 인사'발표 후 도열하고 있던 국무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노 대통령은 대기하고 있던 벤츠S600 전용차에 탑승,방북길에 올랐다. 청와대 앞마당에서 청와대 입구까지 도로 양측에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늘어서 박수로 대통령의 방북을 축하했다.

청와대 입구를 나서자 노 대통령은 차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였다. 대통령 탑승 차량이 광화문 세종로청사 주변을 지날 때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마중나온 공무원들과 일부 출근길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대통령을 환송했다.

노 대통령 탑승 차량은 호위차량과 군 헌병대의 오토바이가 에워싸고 출발했다. 공식수행원 13명은 별도 차량을 타고 노 대통령의 뒤를 따랐고 각종 기자재와 인력을 실은 대·소형 버스 등 각종 차량 수십대가 뒤따랐다.

청와대 앞 효자동 길을 지나 시청앞∼서소문∼마포∼강변북로∼자유로 코스로 이어진 노 대통령의 방북길은 차량 통제가 이뤄졌으며 반대편 차로에는 출근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노 대통령 내외는 남북경협을 상징하는 품목 중 하나인 개성공단에서 제작,시판되는 로만손 손목시계를 차고 방북길에 올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로만손 시계는 9세트가 더 준비돼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관계자들에게 선물로 줄 예정이다.

공동취재단/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