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6천억 순매수‥정상회담 '축포'
국내 증시가 '돌아온 외국인'에 의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다우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남북 정상회담 등에 고무된 외국인은 2일 60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우려가 줄어든 데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격적 순매수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은 있지만 궁극적으로 2000선 안착에 성공하고 상승 추세에 재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이 일등공신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07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20일 이후 닷새 만의 순매수 전환으로,지난해 12월14일 7779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은 사상 두 번째로 많은 7062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지난주(9월20~27일) 신흥시장 펀드로 주간 단위로는 사상 최대인 55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외국인이 공격적 매수에 나설 수 있는 실탄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이인구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우리 증시는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이나 성장성 측면에서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10월 전체로도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 개선 역시 국내 증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투자증권 분석 대상 173개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28%에 달한다.
외국인 6천억 순매수‥정상회담 '축포'
2004년 3분기(55%) 이후 12분기 만의 최고다.

특히 소재 산업재 금융업종의 실적 전망이 크게 상향 조정됐다.

대우증권이 조사한 코스피200 종목 내 159개의 월간 실적 조정 작업에서도 지난달 상향 조정 건수는 하향 조정 건수보다 60%나 많았다.


◆상승 추세 재진입하나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진원지인 미국의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마당에 경기나 기업 실적 회복이 확연한 국내 증시가 뒤질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주도 업종인 철강 화학 운수창고 등은 사상 최고치를 넘은 지 오래다.

신성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미 증시 상승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 효과가 국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재상승의 신호로 해석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안도 랠리와 보조를 맞춰 코스피지수는 1950~2270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정을 우려하는 경고음도 들려온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 등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된 상황임을 감안할 때 보수적인 접근을 권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리서치부문 대표는 "유럽과 미국의 경기 부진이 구경제 관련주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낮추고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릴 수 있다"며 굴뚝주에 대해 차익 실현에 나설 것을 권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