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德 培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원화 환율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7월 말 달러당 913원90전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발생하자 단숨에 급반등,8월 중순 950원을 돌파했다.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진화 노력에 힘입어 국제금융시장이 진정되면서 다시 하락하기 시작한 원화 환율은 지난달 18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린 이후 수직 낙하하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의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면서 90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불안한 하락세를 보이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글로벌 달러화의 약세기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누적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달러화 초과공급이 글로벌 달러 약세기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현재 달러화 가치는 1973년 변동환율제가 채택된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국내로의 외화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환율 하락에 기여하고 있다.

비록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의 적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 8월까지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외국인의 주식매도와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증가 등으로 증권투자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지만 은행의 해외단기차입 증가 등에 힘입어 자본수지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도 원·달러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달러화 약세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GDP 대비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경우 2005년 6.8%를 기록한 이후 최근 5%대로 떨어졌지만 아직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이를 설명한다.

게다가 주택경기 침체의 여파로 미국 경기가 쉽사리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연준리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다.

2006년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미국의 주택가격은 현재 서브프라임 문제 이후 그 하락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둔화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뿐만 아니다.

현재 국내 원화는 국제금융시장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여름 서브프라임 문제가 발생하자 신용경색을 우려한 기업 등이 달러화를 확보하려는 가운데 원·달러환율은 불과 20일도 채 안돼 4% 이상 급등했다.

이처럼 원화 환율의 급변은 국내기업들의 환위험 노출 확대를 의미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우리로서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 흐름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환율불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과민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국통화의 결제비중이 낮은 가운데 외화결제 수요가 대부분 달러화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수출선을 다변화하는 것과 함께 결제통화의 달러화 편중 현상도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

한편 보다 근본적인 환율불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화의 국제화가 시급하다.

원화의 국제화는 금융의 자유화 및 글로벌화 등과 더불어 국내 금융의 선진화를 위해 꾸준히 추진돼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현재 국제 상거래시 통용되는 국제 통화로서의 원화의 위상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맞지 않게 매우 낮다.

원화의 국제화가 제고될 경우 외화결제 수요가 줄어들어 기업의 환위험이 축소될 뿐만 아니라,외환보유액의 과다 보유 필요성이 줄어들고 국제투기자본의 국내 원·달러시장 교란도 축소될 수 있다.

따라서 건실한 경제 기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의 안정적인 거시 경제 운용이 중요하다.

또한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국제금융허브 구축에 속도를 내는 한편 한·중·일 공동통화시장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업들도 국제 무역거래 결제 과정에서 가능한 원화 결제 비중을 높이고,자금조달을 위한 해외 채권을 발행할 경우 원화표시 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의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