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2012년부터 자동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당 120g 이하'로 줄이도록 하는 규제책을 곧 내놓는다.

휘발유 경유 등 화석연료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료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무공해 대체연료로 구동하는 자동차를 양산하지 못하는 업체는 유럽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환경을 중시하는 '그린 경영'(환경 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판가름하는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경영이 무역장벽 돌파는 물론 신기술 개발을 통한 경비 절감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브랜드 및 기업 이미지 상승 등 막대한 효과를 창출해 내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지 못하거나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세계 최대 기업인 미국의 GE(제너럴 일렉트릭)는 온실가스 감축을 명문화한 교토의정서가 비준된 지 3개월 뒤인 2005년 5월 '에코매지네이션'(환경+상상력) 경영을 선포했다.

청정기술 연구개발비를 2배로 늘려 2010년 친환경제품 매출 목표 200억달러를 달성하고 2012년까지 온실가스 절대 배출량을 1% 감소시킨다는 게 골자.GE는 플라스틱으로 외관을 꾸민 차량,정지 시 에너지를 배터리에 비축하는 최신형 열차 엔진,물을 70%까지 절약하는 농약 살포제 등을 만들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은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간파했기 때문이다.

GE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선진 기업들이 보여주는 환경경영은 놀랍기만하다.

환경경영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1975년 초에 도입된 3M의 '3P'(Pollution Prevention Pays) 프로그램은 이미 1975년 초부터 도입됐다.

3M은 이를 통해 2001년까지 82만1000t의 오염물질을 감축했고 8억5700만달러를 절약했다.

1976년 설립된 영국의 화장품 회사 바디샵(Body Shop)은 불필요한 포장을 대폭 줄여 소비자들에게 보다 싼값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서 절약된 비용은 환경보호를 위해 사용해 기업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렸다.

심지어 금융회사까지 환경경영을 기업재무분석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선진 은행들은 뛰어난 환경경영 성과를 보인 기업에 대해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노르웨이 투자회사인 스토어브랜드는 1996년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환경 가치 기금'(Environmental Value Fund)이라는 투자펀드를 만들어 기존에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펀드보다 2% 이상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그린 경영'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11일 열린 회장단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환경보호를 위한 산업계 자율실천 선언문'을 채택하고 경제계가 온실가스 폐기물 등의 감축 활동을 자발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전경련과 업종단체가 공동으로 자율실천 협약을 맺고 온실가스 폐기물 등의 감축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감축 목표를 매년 설정하고 감축 실적에 대해 정부와 비정부기구(NGO) 등 제3자가 실시한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키로 했다.

환경경영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포천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 중 지속가능보고서 발간기업수는 2002년 14%에서 2005년 68%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2003년 현대차 삼성SDI 등 4개뿐이던 보고서 발간기업수가 지난해에는 32개로 늘어 환경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한국인정원에 따르면 국제표준화기구의 환경경영체제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14001'인증을 획득한 국내 기업수는 1999년 296개에서 지난해 5893개로 7년 만에 20배나 늘었다.

이병욱 전경련 산업조사본부장(상무)은 "각국이 무역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환경적인 요소를 갖추지 않은 제품은 수출하기 어려워져 환경경영이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환경경영을 하다보면 신기술 개발로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이 높아지고 기업 이미지도 좋아져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한 것보다 훨씬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