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바람을 타고 세계 기업들의 미국기업 쇼핑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를 놓고 미국의 경제 주권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반(反) 외자 정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금융정보업체인 톰슨파이낸셜 집계를 인용, 올 들어 외국기업이 미국에서 성사시킨 기업 M&A(인수·합병) 규모가 2574억달러에 이른다고 3일 보도했다.

IT(정보기술) 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 이후 최대치다.

미국 뉴잉글랜드주의 경우 올 들어 9월까지 69개(308억달러) 기업들이 외국기업에 매각됐다.

지난 6월에는 네덜란드 필립스가 조명기기 제조업체인 컬러 키네틱스를 7억14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달 초엔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의 핸드폰 조립라인이 대만의 미디아텍에 3억5000만달러에 넘어갔다.

지난주에는 호주의 유나이티드그룹이 청소용역회사 유니코서비스를 4억1100만달러에 사들였다.

시장조사회사인 글로벌인사이트의 브라이언 베툰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는 글로벌 경제 시대의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유럽이나 아시아 기업들은 미국의 헤지펀드보다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기업의 '바이 아메리카' 열풍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해외업체들은 신속하게 미국 시장에 진입하고 선진기술을 수혈받기 위해 기업들을 인수하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그만큼 빨리 투자를 축소하거나 인력을 줄일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경쟁업체인 루슨트테크놀러지를 인수한 프랑스 통신장비업체 알타텔은 최근 미국에서 수천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기업산업위원회의 앨런 토넬슨 연구위원은 "외국기업은 미국 기업 인수와 함께 미국 경제의 미래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인수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