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이 장(腸)바이러스로 밝혀졌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가 최근 보도되자 이 바이러스를 퇴치해 만성피로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느냐는 문의가 필자가 운영하는 '만성피로클리닉'에 쇄도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극단적 스트레스,특정 병원체의 만성 감염,자율신경계 장애,신경호르몬 이상,독성물질,자가면역반응,비전형적 우울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컨대 극심한 스트레스가 장기간 누적되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염 질환이 만성화돼서 인체면역체계를 망가뜨리거나 뇌내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이 병은 단순히 피로한 데 그치지 않고 수면장애 인지기능장애 근육저림 등 까탈스런 증상까지 동반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만성피로증후군을 실체가 없는'가상적 질환' 이라고 몰아세우는 이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바이러스 감염이 있더라도 일부 환자에서만 만성피로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개인의 유전적인 특성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도 이에 호응해 "만성피로증후군은 가상적 질환이 아니라 분명히 신체적인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의 절반 정도가 만성적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해왔는데 최근 화제가 된 연구결과는 165명을 대상으로 위내시경 및 위점막 조직검사를 시행한 결과 82%에서 장바이러스의 존재가 증명됐다는 내용이다.

이는 만성피로증후군이 아닌 사람의 20% 정도에서만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과 비교할 때 이 증후군의 한 원인이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말해준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겐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장증후군과 같은 위장관 증상이 매우 흔한데 이 또한 바이러스 감염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이 만성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일 개연성이 높다고하더라도 어떤 바이러스가 감염됐는지,다른 원인은 없는 것인지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설령 원인 바이러스를 규명했다고 해도 현재 사용되는 항바이러스 요법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것도 치료의 걸림돌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만성피로증후군 치료를 위한 청신호이긴 하나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신호철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