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은 3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문이 나올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정상회담이 비교적 밝은 분위기 속에 이어지자 경협 확대 조치가 발표돼 '경제공동체' 방안 등이 가시화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 위원장,달라진 표정 관심

뉴욕타임스(NYT)는 3일 두 정상의 공식 회담과 노무현 대통령의 선물 증정 과정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NYT는 노 대통령과 함께 경제부총리 등 4명이 배석한 남측과 달리 김 위원장은 통일전선부 부장 한 명만 대동해 자신감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또한 노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군축 문제 등 평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 협력 프로젝트라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은 지금 한국의 지원과 무역,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남측으로부터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의 시기가 한반도 긴장 완화 조치와 맞물린 만큼 6자 회담을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로 이어질지 기대감이 높다고 덧붙였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날 만남에서 쌀쌀맞은 표정을 보였으나 이날 정상회담에선 시종 몸짓 손짓을 해 가면서 웃는 얼굴로 노 대통령과 환담,정상회담 합의문이 조기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지는 "노 대통령은 시종 미소를 지었고 김 국방위원장은 위엄을 지켰다"며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구축과 경제발전 방안,북한 핵무기 철폐에 관한 내용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협 확대,경계 목소리

경협 확대를 경계하는 지적도 많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측이 대북 경제 지원을 너무 많이 약속하면 일본의 경제 제재 효과가 떨어진다고 우려를 표명한 뒤 정상회담에선 평화 체제 구축 및 '남북 경제공동체' 등 경제 문제 외에 북핵 폐기와 납치자 문제도 언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허풍쟁이의 블록버스터(Blockbuster from bluff master)'라는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약간의 '할리우드적' 분위기가 가미된 이후 김 위원장의 직접 영접으로 '블록버스터(초대형 이벤트)'로 바뀌었다고 전하면서 "북한의 이러한 교묘한 환영법은 정치,경제적으로 실익을 챙기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만큼 많은 기대를 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회담 개최는 정략적 목적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정상회담,생색내기용 사진찍기 이상일까' 기사를 통해 이번 회담은 레임 덕을 겪고 있는 노 대통령이 정치적 생명 유지를 위해 기획한 의도가 짙다고 지적했다.

홍콩 신보(信報)는 북한이 한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대북 강경 세력인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전의 우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김 위원장이 여론 지지도에서 열세인 여당 출신 후보를 지원하려는 속내가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3일 남북정상회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인한/김유미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