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회담 일정 하루 연장을 전격 제안하면서 김 위원장이 예측을 불허함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김 위원장의 회담 연장 제안은 외교적으로 정상회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임에 틀림없다.

외교적 결례라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김 위원장의 예측 불허 행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첫 정상회담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김 위원장이 30분 일찍 회담장이자 노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에 나타남으로써 회담도 30분가량 앞당겨졌다.

북측은 전날 노 대통령의 영접행사도 당초 남북이 합의했던 장소인 3대헌장 기념탑에서 당일 오전 인민대학습당으로 바뀌었다고 남측에 통보했고,김 위원장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준비기간 내내 함구하다가 당일 오전 4·25문화회관 앞 광장에 출영할 것임을 통보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은 사전 통보 없이 순안공항에 나왔을 뿐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과 승용차에 동승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북측은 당시 6월13일로 합의했던 회담 날짜 자체를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하루 늦춘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예측 불허 일정은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동선이 사전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일정을 미리 공지하지 않는 게 통상적인 관례인 점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물론 이런 예측 불허의 행보가 고도의 심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예상 못한 공항 영접이나 직접 출영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할 수 있고 이는 중요한 정상회담을 유리하게 이끄는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담 연장을 전격 제의한 것도 회담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