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폐기 전 단계인 불능화와 신고를 연내 끝내기로 함에 따라 이르면 연말부터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인 폐기와 해체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지난주 베이징에서 합의된 내용을 3일 발표했다.

그러나 합의문의 공식 발표가 늦어진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갈등 소지가 있는 합의문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회담 대표는 합의 결과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고 인가를 받겠다고 해 회담을 휴회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결재가 떨어지는 데 이틀이 걸렸다.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제2단계조치'라는 제목의 합의문은 6개국이 타협하는 과정에서 합의문의 자구가 모호해졌다.

6개국이 남북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협상을 봉합한 흔적이 있다.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연내 완료할 것이라고 공약했으나 대상 범위를 적시하지 않아 각국이 해석하기 나름이다.

쟁점이었던 농축우라늄프로그램 의혹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넣지 못했다.

당초 "북한이 신고 시기에 맞춰 의혹을 해소한다"는 문장이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빠졌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는 시기를 적시하기를 원했으나 관철되지 않은 영향이다.

미국은 대신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도달한 컨센서스에 기초해 공약을 완수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미국이 당시 회의에서 북한에 명단 삭제 시기를 연내로 약속한 것을 모호하게 상기시킨 것인데 구속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미국 일각에선 북한이 농축우라늄 의혹을 연말까지 해소하지 않으면 2단계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도 있다.

이와 관련,회담 관계자는 "모두가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문이다.

비핵화 절차가 중단없이 계속된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신고 부분 합의가 부실한 데 비해 불능화 부분은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합의가 됐다.

작업을 미국이 주도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불능화를 준비하기 위해 2주 내 북한에 전문가 그룹을 보내기로 했다.

처음부터 눈높이를 낮춰 대상을 영변 원자로 등 3개 시설로 제한했기 때문에 연내 이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6자회담 관계자는 전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