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카드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시장을 잠식당한 전업계 카드사들이 활로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통합 신한카드(신한카드+LG카드)가 출범을 기념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기 시작하자 삼성 현대 롯데카드 등 전업계 카드 3사들도 파격적인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본격적인 맞불작전에 나섰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통합 신한카드가 출범을 계기로 연말까지 광고비만 따져도 250억원을 투입키로 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 경쟁에 나서자 전업계 카드사들도 더 이상 밀리면 영업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며 회원들에게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은행계 카드들이 은행 증권 보험 등과 연계한 교차판매에 나서면서 전업계 카드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1일 할인 특화카드인 현대 V카드의 할인폭을 늘리고 이용 조건을 완화했다.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최소 이용금액 기준을 전월 신용판매액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추고 할인한도는 월 1만~3만원에서 월 2만~5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삼성카드도 주유특화 카드인 '오일 앤 세이브 카드'의 할인 조건을 1개월 30만원 이상 사용에서 3개월 30만원 이상으로 낮춘 데 이어 지난 1일부터는 모든 회원들이 2만여 쇼핑 매장에서 2~3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행사를 시작했다.

롯데카드도 그동안 판매하지 않던 선(先) 포인트 카드인 '맘앤데디 카드'를 처음 내놨다. 선 포인트 카드의 경우 고객이 물건값을 미리 할인받은 뒤 일정 기간 카드 결제액으로 쌓은 포인트와 현금으로 할인액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포인트카드보다 고객을 오랫동안 묶어놓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도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선 포인트 혜택을 늘리고 있다. 양사는 선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는 물품 범위를 자동차와 전자제품 외에 오토바이나 피아노 여행상품 등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포인트 적립률을 높이고 포인트 사용처도 확대됐다.

현대카드는 전달보다 사용액이 더 많은 현대카드 M 회원들에게 최고 3배의 포인트를 추가로 쌓아주는 이벤트를 10월 한 달간 실시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홈쇼핑 등에서 롯데카드로 물건을 구입해 쌓은 포인트를 롯데그룹 내 유통 매장 어디서든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롯데카드의 포인트 소진율은 90%에 육박했다. 삼성카드는 10월부터 삼성전자 제품과 제휴사의 상품을 함께 구입하면 최대 120만원까지 선(先) 포인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경쟁에 소비자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받게 됐지만 업계로선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