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비적정화방안 시행 후 처음으로 건강보험 급여 신청을 한 국산 오리지널신약과 개량신약(오리지널 신약의 일부 성분을 변경한 약)에 대해 잇달아 비급여 판정이 내려져 국내 제약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신약 개발 능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건강보험 급여까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속출하면 신약 개발사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국내 제약사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 '프리그렐'의 보험약가 산정을 놓고 건강보험공단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협상 만료일인 지난 2일까지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협상에서 종근당 측은 프리그렐이 별도의 연구를 거쳐 만든 개량신약이기 때문에 최소한 현재 출시된 제네릭(오리지널 신약과 성분이 동일한 약) 제품의 최고가 수준 약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공단 측은 프리그렐의 약효가 제네릭 제품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제네릭 최저가 이상의 약가는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2번째 국산 신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대원제약의 소염진통제 '펠루비정'에 대해서도 최근 비급여 결정이 내려졌다.

펠루비정 역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아무리 국산 신약이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효능을 가진 제품의 평균 가격보다 높은 약가를 줄 수 없다"는 원칙을 적용,비급여 판정이 내려졌다.

가격 대비 약효가 우수한 제품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해주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골자로 한 약제비적정화 방안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올해 초부터 시행했다.

제도 시행 이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다.

릴리의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노바티스의 B형간염치료제 '세비보'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 제약사들은 느긋한 입장이었다.

출시하는 신약 수가 많지 않을 뿐더러 국산 신약에 대해서는 모종의 '우대조치'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암묵적으로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리그렐과 펠루비정이 잇달아 비급여 판정을 받자 현재 개량신약이나 오리지널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인 국내 제약업체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개발한 신약이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면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