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포기했다고 보도돼 참 곤혹스럽습니다. 이렇게 되면 유치 선정 때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4일 오전 전화기 너머로 들려 오는 홍승인 경기대 법과대학장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이날자 언론에 보도된 '로스쿨 준비 대학 현황 자료'에 경기대가 로스쿨 유치를 포기한 대학으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유기홍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이 교육인적자원부를 인용해 작성,배포한 자료대로 경기대가 로스쿨 유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지만 홍 학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흥분했다.

이 자료는 유 의원 측이 국정 감사를 위해 교육부에 의뢰해 만들었다.

교육부는 전국 각 대학에 로스쿨 유치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고 이를 취합해 유 의원실에 보냈다.

교육부는 자료를 작성하면서 공문에 제대로 답신을 안 한 대학은 '포기 대학',유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음에도 '준비 중'이라 답한 대학은 '유치 준비 대학'으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인천대,경원대,부산외대 등 로스쿨을 준비하지 않거나 포기한 대학은 버젓이 '유치 준비 대학'으로 이름이 올라가고 경기대처럼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곳은 '포기 대학'으로 분류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고 말았다.

캠퍼스를 경기도 죽전으로 이전한 단국대가 서울 소재 대학으로 기재돼 있는 등 다른 오류들도 발견됐다.

이번 해프닝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사실 확인을 제대로 안 한 유 의원 측에 있다.

하지만 주무 부서인 교육부가 어느 대학이 로스쿨을 준비하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40개가 넘는 대학이 로스쿨 유치에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애석하지만 이 중 절반 정도는 로스쿨 인가 심사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 유치 여부에 따라 소위 일류 대학과 이류 대학이 갈릴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대학들로선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다.

"밤마다 로스쿨 관련 꿈을 꿀 정도"라는 한 사립대학 총장의 얘기는 요즘 대학의 고민이 무엇인지 잘 말해 준다.

이런 문제에 정부도 국회도 좀 더 진지해야 하지 않을까.

이태훈 사회부 기자 beje@hankyung.com